[기자단상] 2020년 전교조가 맞이한 스승의 날, 참 을씨년스럽다.

1988 교사의 날 제정 취지문을 보며

김상정 | 기사입력 2020/05/15 [20:11]

[기자단상] 2020년 전교조가 맞이한 스승의 날, 참 을씨년스럽다.

1988 교사의 날 제정 취지문을 보며

김상정 | 입력 : 2020/05/15 [20:11]

코로나 상황에서도 스승의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코로나로 인해 난생 처음 겪는 일이 부기지수인 교사들은 교직 생활 사상 처음으로 학생들없이 홀로 외로이 교실 안에서 스승의 날을 맞았다. 언제는 스승의 날이 교사들에게 그렇게 반가운 날이었던가 싶다가도 올들어 유독 쓸쓸함이 더해진다. 마침 전국 각지에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그리고 보니 스승의 날은 1973년 촌지를 수수하는 날로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폐지됐었다가 1982년 스승 공경 풍토 조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9년 만에 다시 부활됐다. 부활은 전두환 정권 때다. 폐지건 부활이건 모두 다 정부 주도다.

 

한 퇴직교사는 우리가 언제부터 스승의 날을 기렸나요? 군사부일체 낡은 교사관을 온존케 하는....촌지 수수의 날로 지탄받아 한동안 시정개혁 대상으로 폐지됐다가 전두환이 되살린 날, 교사들이 감시당하는 날, 부끄럽고 짜증났던 날, 참 스승은 이런 날이 없어도 참 스승일 것.”이라는 글로 2020년 스승의 날 아침을 열었다.

 

▲ 누렇게 바랜 취지문이 담긴 종이 한 장은 30년이 넘는 세월을 고스란히 이겨내고 있었다.  ©이주영

 

또 다른 퇴직교사는 1988510, 전국교사협의회가 제 1회 교사의 날로 지정하면서 발표한 교사의 날 제정 취지문사진을 올렸다. 누렇게 바랜 취지문이 담긴 종이 한 장은 30년이 넘는 세월을 고스란히 이겨내고 있었다.

 

취지문에는 스승의 날에 대한 언급이 있다.

 

스승의 날은 배우는 학생들의 진정한 인생의 스승을 갈구하는 날이어야 한다. 상실해 가는 이 겨레의 정신적 지주를 사회 전체가 찾아 나서서 그 깊고 바른 가르침을 따르는 날이어야 한다. 왜곡된 구조 속에서 이기와 탐욕의 현실 논리에 따라 어긋나고 빗나간 기성세대들이 종아리를 걷는 날이어야 한다. 도덕성을 회복하는 날이어야 한다.”

 

510일을 교사의 날로 이렇게 규정한다.

 

교사의 날은 우리 교사들의 수고로움을 위로받고자 하는 날이 아니다. 이날은 이 겨레의 다음 세대를 올바르게 교육하는 것을 소명으로 하는 우리 교사들이 교육자로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날이다. 삼백예순 날 겨를없이 쫒기 듯 에워가는 고단한 삶의 도정에서 진정 교사 본연의 길을 가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날이다. 이탈하기 쉬운 궤도를 수정하는 날이다. 이날은 단결하는 날이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교육동지들이 모여 뜻 세워 나누는 날이다. 사랑하는 학생과 함께 이 겨레와 함께 교육의 진로를 모색하는 날이다. 그리하여 이날은 싸우는 날이다.

민족의 교사로 스스로 자리 매겨 안팎으로 갈 길 가로막으며 갈라 훼방 놓는 사악한 무리들과 싸우는 날이다. 이 겨레의 온전한 살림살이를 위해 뭉쳐 싸우는 날이다.”

 

이들은 모두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을 이유로 해직된 교사들이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15,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협력하는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학교를 꿈꾼다. 그리하여 한 명 한 명 학생들의 소중한 꿈이 숨 쉬고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이 열매 맺을 수 있는 학교, 그리하여 진정한 삶을 위한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교권침해 소식과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 달라는 교사들의 씁쓸한 호소를 접하게 된다. 올해는 이에 더해 원격 수업 하에 쏟아지는 업무와 민원, 학교 현장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정책들, ‘학교가 방역의 최전선이라며 방역의 책임까지 떠안은 상황 속에 놓여있다. 코로나를 경험하며 우리 사회는 가정과 학교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교육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의 본령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지금의 학교가 이러한 교육의 본령을 달성하는데 부족함이 없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충북지역에 있는 학부모들은 전교조 교사들에게 차별과 경쟁으로 학생들이 고통받고 있을 때 외면하지 않았고, 학교 현장을 혁신하여 참교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사회의 불의와 부정에 침묵하지 않았던 전교조가 여전히 법외노조 상태에 있습니다. 부당한 행정명령으로 집행된 법외노조가 하루빨리 취소되길 바라며,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회복하는 투쟁에 우리 학부모들도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응원을 했다.

 

법외노조 상태에서 7번째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전교조 교사들이다. 365일 중 하루만 스승의 날이어야 하는가? 365일 모두 교사의 날, 학생의 날, 학부모의 날이어야 한다. 매일매일이 교육자치와 학교자치가 살아 숨 쉬는 날이어야 한다. 교육은 그렇게 학교현장에서 교육주체들의 힘으로 일궈내고 가꿔내는 것이어야 한다.

 

2020년 스승의 날,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각시도지부장들은 이른 아침부터 국회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급기야 전교조는 다름 아닌 2020년 스승의 날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폐기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기에 이르렀다. 여전히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교섭창구단일화조항을 집어넣은 역사상 가장 독소조항을 많이 담은 교원노조법 개정안이어서다. 닷새 후인 20일 열릴 전교조 법외노조처분취소 대법원 공개변론을 앞두고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날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역사에는 또 어떻게 기록이 될까?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몬 것도 정부다. 마땅히 있어야 할 교사들의 노동3권을 빼앗은 것도 정부다. 그러면서 정부는 여전히 2020년 코로나 비상상황에서도 변함없이 방역과 안전의 책임을 학교로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다. 스승의 날을 맘껏 폐지하고 멋대로 부활했던 수십 년 전의 정부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 365일 중 단 하루뿐인 스승의 날이 유독 씁쓸한 이유다.

 

텅 빈 교실, 학생들이 없다. 잠잠해지나 싶었던 코로나는 또다시 확산일로다. 교실에서 이제나 저제나 오려나하면서 학생들을 기다렸던 마음마저도 조심스러울게다. 날이 참 을씨년스럽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