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등교 연기, 학교의 불안감을 일주일 유예시켰을 뿐이다

'안전'을 우선 원칙에서 등교수업 전면적 재검토 해야

손균자 편집실장 | 기사입력 2020/05/14 [16:13]

[데스크칼럼] 등교 연기, 학교의 불안감을 일주일 유예시켰을 뿐이다

'안전'을 우선 원칙에서 등교수업 전면적 재검토 해야

손균자 편집실장 | 입력 : 2020/05/14 [16:13]

 

                                                                                     © 오토리

 

5회의 교육부 발표가 남긴 교훈 ‘일단 지침을 기다리자’

지난 주 이태원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등교 수업을 앞둔 학교는 폭풍전야였다. 
5월 연휴를 앞두고 지역 확진자 수는 한 자리에 머물렀고, 연휴가 끝난 뒤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는 등 등교 수업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유치원과 초등에서 긴급 돌봄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등교 절대 불가’를 생각하던 교사들의 마음도 점자 누그러지고 있을 즈음이었다.


하지만 교육부가 발표한 방역지침은 학교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교육부는 지난 4일 학년별 등교 날짜를 발표하면서 등교 방식에서 지역청 및 학교의 자율적 판단을 열어뒀다. 이후 제시된 방역기준은 3월 24일자 지침의 골격에서 에어컨 가동, 네이스  자가진단 실시 등 일부 사항을 조정했다.


앞서 4월 말 교육부와 교육단체 간 간담회에서 교육단체들은 온오프 병행수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목소리로 요청한 바 있다. 수고를 더해서 가능해질 문제가 아니며 방역기준을 충족하느라 수업의 질은 온라인 수업보다 낮아질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교육부 발표를 앞두고 현실성있는 대책이 나올 거라는 순진한 기대를 했다. 교육부는 ‘자율성’을 발휘해 보라며 공을 지역청과 학교에 넘기고 교묘히 책임을 비껴겼다.
현장은 혼란에 빠졌지만, 교사들은 교육청의 지침을 기다렸다. 네 번의 등교연기 발표는 ‘일단 교육청의 지침을 기다려보자’는 교훈을 주었다. 지금껏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교육계획 다시 짜기에 쏟아부은 노력은 폐기될 뿐이었다.

 

가장 비현실적인 방안만이 방역기준을 충족하는 딜레마

대구시교육청은 발빠르게 등교 방식을 발표했다. 중등 격주 수업, 초등 격일이나 오전/오후반을 비롯해 유초등의 n부제(2~5부제) 방식 등 온오프 병행수업을 공식화 했다. 현장이 가장 받기 힘든 종합선물세트 보따리를 푼 것이다. 대도시 교육청과 학교는 고민이 깊어졌다. 가장 비현실적이라 여겼던 방식만이 방역기준을 충족했다.

 

                                                                                                                 © 오토리

 

등교 후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려보면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곳이 학교다. 어떤 현실적인 방안도 위험했다. 실상 선택지가 없었다. ‘이럴 거면 온라인 수업을 계속하는 게 나았겠다’는 푸념도 소용없었다. 대통령의 말대로, 교사들은 극도의 긴장과 불안을 안고 등교 순간부터 수업대신 ‘방역의 최전선’에 설 각오를 해야 했다.

 

그러던 차에 이태원 감염 사태가 터졌다. 교사들 사이에서 ‘학교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탄식과 ‘등교 수업이 미뤄질 것’이란 기대가 전해졌다.
일주일 순연. 또 다시 현장을 우롱하는 11일 교육부의 발표에 교사들은 무력감을 느꼈다. 이는 등교를 앞두고 방역 준비 중인 현장의 불안감을 일주일 유예시켰을 뿐이다. 지역감염에,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는 현재 상황으로 학교는 공포에 가까운 불안감만 더 커졌다.

 

등교수업, ‘수업’이 빠진 자리 ‘방역’으로 채워라?

막상 등교가 시작되면 현장은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격주, 2부제 수업도 기꺼이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다만, ‘등교 수업’에서 ‘수업’은 빼야 한다.
등교 시각 발열체크로 시작해서 마스크를 끼고 수업하는 동안 학생들의 거리두기를 주시해야 한다. 모둠학습도, 악기 사용도, 움직임 활동도 자제하고 독점적 발언권을 행사하며 교사만 바라보게 해야 한다. 쉬는 시간의 휴식과 화장실 이용, 급식시간까지 학생들의 ‘나홀로’ 생활 습관을 강제해야 한다.
수업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방역만 남는 학교에 이토록 등교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태원 감염 확산은 접촉자 예측 관리조차 힘든 지역전파의 시작으로 보인다. 반면, 코로나 사태의 새 국면에서 보인 교육부의 결정은 방역보다는 정치적 판단을 우선한 모양새다. 추이를 보겠다고 했으나 대입일정은 변경할 의지가 없고, 안전이 최우선이라 거듭 밝히면서도 교육과정의 경계를 넘어설 의지가 없다. 선생님들만 믿는다며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 시대를 열어낸 교사들의 능력과 열정을 치켜세웠지만, 원격 교육과정을 제대로 만들어 볼 의지가 없다.

 

                                                                                                                 © 오토리  

 

교육부발 ‘안전 최우선’ 메시지가 읽히지 않는다

교육부의 메시지를 현장에서도 읽기 시작했다. 이태원 감염 사태로, 한 재단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실기수업을 위해 학생들을 등교 시킨 사실이 알려졌다. 등교가 강행될 때 학교급별, 지역별 양상은 달라도 ‘자율성’이란 미명아래 학교 관리자가 어떤 판단을 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사례이다. 이태원발 교직원 및 학생 확진자와 접촉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는 교육부가 등교 결정에서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지 의심스럽다.

 

울산 지역 학교들은 원격수업 기간 교직원들의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태원을 다녀온 교직원이 있었으나 학교 출근 인원이 많지 않아 접촉자 수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반면 수도권 지역 학교들은 교직원 중 이태원 방문자가 있는 경우 학교문을 닫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조차 복무 등을 앞세워 전체 교직원 출근 원칙을 고수하던 학교에서 ‘학생 관리’가 아닌 제대로 된 ‘학생 안전’ 보장을 확신할 수 없다. 명확한 원칙에 기반한 지침이 더욱 절실해졌다. 

 

비록 강제지만, 교육 환경과 제반 조건은 획기적 전환기에 들어섰다. 교사들은 무기도 없이 시작된 온라인 개학과의 전쟁에서 선방했다. 온라인 수업 한 달, 겨우 시스템에 적응한 수준이니 대면수업의 질을 따라잡지 못 하는 게 당연하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는 원격 수업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방역기준을 들이대며 교사들의 에너지를 분산시킬 게 아니라 이제는 원격수업의 질적 향상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원격 교육체제에 부합하는 평가와 진학 지도 등으로 입시 공정성을 살리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나아가 교과에 따라 대면이 불가피하거나 원격이 효과적인 수업을 분석하여 ‘원격 교육과정’의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

 

위기의 상황에 불확실성만 높이는 땜질식 처방에 현장의 피로도가 높다. 교육부의 무능은 진작에 드러났고, 장기 플랜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상상력을 가동하기 바란다. 버릴 수 없는 패조차 버릴 과감함을 요구한다. 방역전문가가 판단하는 시기까지 온라인 수업 유지, 입시 전형 방식이나 시기의 전면 재검토, 9월 학기제에 대한 논의까지 모두 열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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