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의 아픈 곳을 응시하다.

-고 이준서 경북 ㅅ고교 학생의 죽음 앞에서

김경엽·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 | 기사입력 2020/05/08 [10:00]

직업교육의 아픈 곳을 응시하다.

-고 이준서 경북 ㅅ고교 학생의 죽음 앞에서

김경엽·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 | 입력 : 2020/05/08 [10:00]

 지난 48일 밤 경북 ㅅ고등학교 기숙사에서 2020년 지방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한 학생이 사망했다.

 

이 죽음은 잘못된 교육제도에 의한 사회적 타살 사건이다. 코로나 19로 네 차례에 걸쳐 등교 개학이 연기되는 상황에서 보호자의 동의를 받으면서까지 혹독한 훈련을 이어간 것은 공업·가사계 고교의 경쟁교육이 사건 배경의 원인이다. 교육부는 제도개선 검토 운운하지만 지금껏 계속된 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해 왔던 부서 역시 교육부였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지 않으면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 밖에 없다.

 

기능대회를 겨냥한 혹독한 훈련은 교육이 아니다. 직업계 고교에서 왜 소수의 학생을 선발해 기능반이라는 소집단을 만드는가? 일상적인 교육 활동 포기를 강제하는 이 활동으로 학생은 진로 선택 폭이 확대되거나 취업 보장 등의 실익을 얻는가? 기능반 활동에 억압적 요소가 발생하는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 끊임없이 이어지는 의문은 세상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을 추진하던 박정희 정부는 1964년 국제기능올림픽 출전을 결정하였고 1966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 15회 대회에 첫 참관인단을 파견하였다. 19669월 지방기능경기대회, 11월 제 1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이어 19677월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는 9명의 선수를 파견하였다.

기능대회가 처음 생길 당시에는 국위선양과 한국 상품의 이미지 제고를 통한 수출증대라는 경제적 목적이 강했다. 당시 발족한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는 경제발전과 숙련기술인력양성이라는 과제를 짊어진 시대적 요구를 그 출범 이유로 밝히고 있다.

▲ 기능대회 참가 학생들의 모습  © 교육희망 자료사진

 

이 같은 역사적 배경에서 출발한 기능대회가 숙련노동자의 기술적 기능 능력만 평가하는 대회가 될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1970년대 들어 기능대회는 기능공들 내부의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됐다. 기능공들은 자신의 기능을 평가받기 위해 경쟁을 거쳐 선별되었고 그 결과 승리한 이에게는 혜택이 돌아갔다

 

그 가운데 직업계고 학생이 받은 혜택은 대학진학의 기회이다. 역설적으로 가장 우수한 기능공들이 전공과 무관한 대학에 진학하는 등 탈기능공의 길을 걷게 되었다. 기능반 중도 탈락자와 기능대회 참가자를 합하면 약 150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우승하여 취업의 혜택을 받는 학생은 채 50명이 되지 않는다. 1%의 학생을 위해 99%의 학생은 버려지는 구조. 인문계고교의 대입을 위한 줄 세우기는 직업계고교의 취업을 위한 줄 세우기에 그대로 적용된다. 전국대회 입상 경력이 진로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정규 수업을 빠진 상태에서 대회 준비를 3년간 반복한 학생이 대학교육에 적응할 묘책은 없다.

    

아침 7시부터 훈련을 하는데 하루의 시작과 끝이 모두 훈련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침 7시부터 훈련을 시작하는데 오늘 작업한 내용을 정리하고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한 뒤 청소까지 마치면 오후 11시가 됩니다. 대회 기간에는 새벽 3시까지 훈련이 이어져 정말 힘이 듭니다. 이런 고된 훈련 때문에 기능반을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도 많습니다.”

기능대회 입상자의 인터뷰 속에는 그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기능반은 학교 교육과정 상 동아리 활동과 비슷한 위상으로 볼 수 없다. 학교 홍보의 중요한 수단, 대회 입상에 따른 부상 등으로 인해 학교 관리자와 담당자들의 관심 대상 1호이며 메달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직종별 1~3학년까지 소수 학생으로 구성되다 보니 지도교사와 학생, 선배와 후배 등 권력 구조가 매우 명확하며 폐쇄적인 조직으로 운영된다. 한 예로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작업준비과정과 뒷정리는 1~2학년 몫이 된다. 대회에 출전하는 3학년은 과제수행 작업만 연습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폭력의 대물림이 일어난다.

 

전교조가 직업계고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훈련일정을 학생 스스로 결정한다고 답한 경우는 3.5%에 불과했다. 훈련일정은 지도교사와 학부모의 협의 속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결국 지도교사의 의중이 훈련시간 결정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 이준서 학생의 죽음으로 숨어있던 기능대회의 모순이 알려졌다. 선진 산업국가 한국이 육체적 업무 숙련도를 앞세운 기능기술로 국제사회에 위상을 선전하는 시대는 끝났다. 소수 학생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메달을 위한 경쟁에 내몰리는 기능반의 속성은 학생의 발달을 추구하는 교육철학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교육과정 상 기능 학습 결과로 얻어지는 기능 능력이 아닌 메달을 위한 과제 숙달을 기능 연마로 볼 수 없다.

 

고 이준서 학생의 죽음을 애도하며, 우리 사회의 진정어린 반성과 다짐을 기대한다. 더 이상은 직업계고 교사로서 부끄럽고 원통한 심정을 말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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