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학교, 학생들을 '기다린다'

학교는 방송국, 교사는 PD… 어느새 방역전문가까지

김상정 | 기사입력 2020/05/07 [17:04]

코로나가 바꾼 학교, 학생들을 '기다린다'

학교는 방송국, 교사는 PD… 어느새 방역전문가까지

김상정 | 입력 : 2020/05/07 [17:04]

 교실 창문에 담긴 운동장이 한가롭다. 미세먼지 없는 하늘을 만나는 날도 많아졌다. 학생들 주고받는 이야기들에 시끌벅적했을 교실은 조용하기만 하고 컴퓨터 자판기 소리가 그 자릴 대신 메웠다. 

 어디를 둘러봐도 텅 빈 학교, 곳곳에 그리움이 묻어난다. 교사들은 그 자리를 가득 메울 학생들을 기다린다. '학교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학생들, 코로나가 바꾼 학교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교실방송국, 협업이 주는 기쁨
 학교에서 온라인수업에 들어갈 영상물을 함께 만들다 보니 어느새 학교 안 교실은 작은 방송국이 되었다. 교사들은 PD가 되고 성우가 되고 아나운서가 되고 배우가 되었다. 영상 편집을 하는 교사의 책상 위는 모니터 3개가 자리 잡았다. 영상프로그램 기획안이 나오면 곧바로 촬영소품을 마련한다. 교사들이 평상시 조금씩 가지고 있었던 재능들을 카메라 앞에서 한껏 발휘한다. 처음 영상을 만들 때 시간이 꽤 걸렸지만, 협업이 거듭되면서 나름 속도도 붙었다. 함께하는 수업 재구성의 흐름이 낮설었던 교사들도 맡은 일들을 척척 해내면서 모두가 협업의 주인공이 됐다.


 왜 화면에 보이는 건 몇몇인데 화면 밖 스텝들이 그렇게 많았는지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온라인개학이 반강제로 가져온 협업의 과정은 힘들었지만 처음 겪어보는 보람 또한 대단했다. 개학하면 학생들과 함께 방송제작도 해보자는 마음도 생겼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다보면 퇴근이 늦다. 물론 집에 가서도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와 자판을 두드리는 일도 이제 일상이 되었다. 주로 기술적인 도움을 주고 받기 위해 만들어진 교사 단체톡방은 거의 24시간 풀가동이다. 다행인 건 모두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보니 근무 외 시간에 문의글을 올리는 것도 큰 실례가 아니란 거다.
 
 텃밭, 어린이들을 기다리다
 여느 때였다면, 학생들과 함께 텃밭에 퇴비를 옮기고 씨앗을 심고, 활짝 핀 꽃을 함께 봤을 것이다. 무거운 퇴비를 교사 혼자 옮기고 감자도 교사들끼리 심었다. 수선화꽃도, 히야신스도, 목련도, 봄까치꽃도, 산수유도, 매화도, 벚꽃도 학생들을 기다리다 혼자서 활짝 피었다. 4월도 다 가고 5월이 왔다. 어느덧 감자도 세상 밖으로 나왔고 학생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한 달 남짓한 기간은 기다림과 그리움으로 가득한 시간이겠지. 감자꽃은 함께 볼 수 있을까?

 

조진희(서울 천왕초) 교사는 3월부터 일궈온 학교 텃밭 사진과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5학년 온라인 실과 수업시간에 올렸다. 영상을 본 학생들은 '학교에 가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고,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교장선생님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영상의 제목은 '기다리다'다.

 

 쉴새없이 돌아보는 가상시나리오 '안전'
 구로고 급식실에는 빨래줄이 등장했다. 그 빨래줄에 종이를 걸고 종이를 교체하면서 급식실 방역을 해나갈 생각이다. 일부 학교는 아크릴 가림판을 고민하지만 닦는 일부터 폐기가 가져올 환경오염도 예상가능한 일이다. 방역당국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안 나온 상태에서도 학교는 시차 급식, 식당 배석 방법 등의 방안을 활발히 고민 중이다.

등교를 준비하며 구로고에서는 환경을 고려, 급식실 종이 칸막이를 설치했다.  구로고 제공

 

 휴직 중인 정미숙(삼각산고) 교사는 코로나19 상황이 터진 2월부터 학교에 맞는 방역마스크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조사와 연구를 거듭했다. 방역 마스크는 무엇보다도 호흡이 편해야했다. 의료전문가와 방역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묻고 코로나19에 대한 국내외 자료들을 검토한 후, 비말오염을 막을 수 있는 최적의 마스크를 찾던 중 동네약사가 활용하고 있는 김서림 없고 세균번식 막고 폐렴균도 차단되고 각도도 조절되는 데다가 반영구적인 '투명안면마스크'를 만났다.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다른 학교와 정보를 나누고 실현가능한 최적의 방법을 찾느라 휴직 중인 정 교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5월을 맞이했다.

▲ 삼각산고 정미숙교사는 수업이 가능한 마스크를 찾아 연구하기도 했다.     ©

 

 콜센터를 방불케하는 학교 교실, 수업을 영상으로 만드는 일도, 수업 차시에 맞춰서 온라인 수업안을 올리는 일도, 학생들이 수업에 잘 참여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독려하는 일도, 학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학생들의 온라인수업활동을 지원하는 일도 모두 교사들이 해내고 있다.


 어느 덧 사회는 일상이 회복되는 모습이다. 학교에 가야 할 학생들의 일상만 바뀌지 않고 있는 듯해 안타까움도 깊어진다. 오늘도 교사들은 교실에서 '외로이' 바쁜 하루를 보내며 학생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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