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법 개정 7년의 싸움, 드디어 끝났다

29일 ‘대상청소년’ 삭제 등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김상정 | 기사입력 2020/04/30 [16:50]

아청법 개정 7년의 싸움, 드디어 끝났다

29일 ‘대상청소년’ 삭제 등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김상정 | 입력 : 2020/04/30 [16:50]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대상·아동청소년 개념을 삭제하고 모든 피해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아청법 개정안이 재석의원 188명 중 187명의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아청법 개정운동이 시작된 지 7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동안 아청법에서는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을 자발적 참여 여부에 따라 피해아동·청소년과 대상아동·청소년으로 구분해왔다자발적 참여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대상아동·청소년으로 분류되어 국선변호인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소년법'이 적용되어 소년원 감치 등의 보호처분을 받아야했다사실상 성매매 범죄에 이용된 아동·청소년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범죄자 취급을 받은 것이다이런 이유로 성매매 피해를 겪고 있는 아동·청소년들은 대상아동·청소년으로 분류되어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신고를 못하게 되고성매매가해자들은 이를 악용하면서 피해아동·청소년들이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사건도 연이어 일어났다성매매로 이용당하면서 삶을 앗아가는 고통을 겪고 있는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사회는 2014년부터 꾸준히 대상아동·청소년 개념 삭제 등의 아청법 개정을 주장해왔다.

 

▲ 29일 밤 12시경 아청법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를 기다리던 한 시민이 표결 순간을 사진에 담았고 이 소식을 SNS을 통해 알렸다.  


아청법 개정안(남인순 의원 대표발의)은 2016년에 처음 발의되었다. 개정안은 법률에서 대상아동·청소년을 삭제하고, 피해아동·청소년에 성을 사는 행위의 피해자가 된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을 포함하는 것과 '대상아동·청소년'에 대한 소년법의 적용 조항을 삭제하고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다. 아청법 개정안은 20182월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후,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고 계속 계류 중이었다. 아청법 개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지만 폐기되었고, 20대 국회에서 다시 일부개정안이 발의되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성매매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들은 성매수자와 알선자들의 협박에 의해 성매매에서 빠져나가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너도 처벌 받아. 알지?’라는 그 한마디 때문이었다. 소년원 감치까지 가능한 보호처분이 두려운 피해 아동·청소년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2016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유인하는 어플리케이션 운영자 고소고발 기자회견이 있었다. © 공대위 누리

 

아청법 제 38조제1항은 아동·청소년들을 성인 성매매자와 달리 처벌 대상이 아님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지만 대상아동·청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보호 처분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하는 제 38조제2항때문에 사실상 처벌을 받아야 했다.

 

이 조항이 문제가 된 사건으로는 2014년 김해여고생 살해사건이 있다. 20대 남성 3명과 10대 여성 4명이 같은 여자청소년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다가 살해한 사건으로 당시 범죄 수법의 잔혹함에만 초점이 맞춰져서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그런데 가해 여학생 중 1명이 사망한 여학생과 똑같은 성매매 알선 강요를 당한 적이 있었고 부모와 신고하러 경찰서에 갔는데 그 때 경찰이 네가 성매매를 했다고? 너도 처벌받아라고 말한 것이다. 사망사건 발생 전인 이 여학생의 신고 당시, 가해자들이 처벌받고 피해자로서 보호를 받았다면 2014년 김해여고생 살해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2015년에도 관악구 모텔에서 10대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30대 남성이 성매매를 미끼로 여중생을 유인해 살해한 사건이다. 이때도 대상청소년 개념이 계속 문제가 됐다. 10대 여성이 살해당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다면, ‘대상청소년으로 처벌받았을 것이다. 떡볶이 화대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도 피해자가 만 13세 지적장애가 있는 청소년이었지만 아청법상 '대상청소년'으로 구분됐다. 피해청소년은 가해자 6명의 남성들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했지만 법원은 피해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를 선언했다.

   

개정안 통과를 위해 373개의 시민·사회·여성·아동·청소년·인권 단체들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지난해 1월 구성했다. 이들은 아청법 개정안의 국회통과 촉구를 위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공대위에서 만든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해결을 위해 우리에게는 어떤 법이 필요할까요?’라는 영상 끝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IT 기술 발달로 인해 유투브, 개인SNS,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성매수·성착취 수법이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고 이젠 성착취 도중 불법촬영, 유포협박 등 사이버 성폭력이 세트처럼 따라온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어른들이 성매수라는 이름으로 아동·청소년을 착취하고 협박하고 강요하고 감금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고 있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성매수자는 비싼 변호사 써서 풀려나고 아동·청소년만 처벌받는 현실, 사실상 아동·청소년 성매매를 해도 된다는 승인과 다를 바 없다. 법 하나만 바뀌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들이 너무나 많다. 바뀌었을 인생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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