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책임 떠넘기기 반사!"

전교조 서울지부, 유은혜 장관에게 보내는 교사들의 반사 담화 제작

강성란 기자 | 기사입력 2020/04/25 [18:17]

"교사에게 책임 떠넘기기 반사!"

전교조 서울지부, 유은혜 장관에게 보내는 교사들의 반사 담화 제작

강성란 기자 | 입력 : 2020/04/25 [18:17]

교육부 장관님, 앞으로 보도자료 내실 때에는 직접 동영상으로 촬영하시길 바랍니다. 온라인 도구 사용법 익히셔서 더빙도 하고, 자막도 넣어주세요. 배경음악 꼬~~ 깔아주시고 이미지 넣는 것 잊지 마세요. ! 저작권 유의하세요. 고발당할 수 있거든요. 동영상 만드실 때 용량은 300메가 이하로 하시고 피드백은 일일이 전화로 부탁드릴게요! 반사! 반사!”

 

지난 22일 전교조 서울지부 회의실은 유은혜 장관에게 보내는 교사들의 반사 담화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로 깜짝 변신했다.

 

 

영상 촬영을 위한 휴대 전화, 삼각 지지대와 조명을 대신하는 LED 스탠드가 회의실 탁자 앞에 놓였다. 교사 담화를 대신 읽어줄 김현석 전교조 서울지부 수석부지부장과 김홍태 정책실장은 이날 촬영을 위해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한 26000원짜리 핀 마이크를 달고 카메라 앞에 앉았다. 전교조 조끼가 아닌 5만 3000원에 구매한 민방위 점퍼를 입고 담화를 읽는 이들의 모습은 깨알 재미를 더했다.

▲ 대국민 담화 촬영을 앞두고 대본을 함께 읽는 김현석 전교조 서울지부 수석부지부장과 김홍태 정책실장  © 강성란 기자

 

교육부 장관님께 세 가지만 말하겠습니다. 첫째, 소통의 부재입니다. 쌍방향 화상 수업만을 강조하는 듯한 교육부의 보도자료는 학교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현장을 잘 모르신다면 제발 알아가려는 노력이라도 하길, 얼마나 현장교사들과 소통하고 있는지 돌아보길 바랍니다.

 

둘째, 언론에 발표하기 전에 제발 학교에 먼저 알려주길 바랍니다. 언론 보도를 본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오는데 공문은 늘 하루나 이틀 뒤에 오니 공문을 뭐하러보나 브리핑만 보면 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언론에 나온 정리되지 않은 발언들의 뒷감당은 모두 교사들이 하고 있어요.

 

셋째, 초등은 온라인 개학이 아니라 전화 개학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입니다. 학부모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수십 번씩 안내하다 보면 학교가 콜센터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매일 현안보고를 하라는 교육청의 지시까지……교사는 만능이 아닙니다.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지침은 내려보내지 않길 바랍니다소통 부재! 공문보다 언론 먼저! 무리한 지침!! 모두 반사!!”

 

경기도의 유치원에서 근무한다는 한 교사는 서울지부가 아니어도 장관에게 보내는 교사 담화 사연을 보낼 수 있느냐는 조심 스런 질문과 함께 위와 같은 내용을 보내왔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 20·21일 양일간 유은혜 장관에게 보내는 교사들의 담화를 모집했다. 온라인 개학 관련 유은혜 장관이 담화를 발표하는 상황에서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교사들이 유은혜 장관에게 반사 담화를 보내자는 것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서울은 물론 경기 등 타지역에서도 10명의 교사가 담화문을 보내왔다. 촬영 이후에도 접수가 이어져 교사들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김홍태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코로나 19로 유래없는 온라인 개학을 맞은 상황에서 교사들은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원해야 할 교육부와 교육청은 각종 지침만 내리고 있어 현장교사들의 불만이 크다. 말을 아끼고 있는 교사들의 목소리를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게 전하고 싶었다. 대국민 담화의 형식을 빌린 것은 교사들이 공문이 아닌 언론 보도로 교육부의 지침을 여전히 전달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일종의 풍자라는 말로 반사 담화 기획 의도를 알렸다.

 

 

촬영은 40여 분 동안 진행됐다. 속전속결로 진행된 촬영 중간중간 김현석 수석부지부장은 읽다 보니 감정이입이 된다.”는 말로 교사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공감했다.

▲ 교육부 장관에게 보내는 반사!!  © 서울지부 유튜브 채널 갈무리

 

 

온라인 수업을 염두에 둔 순간부터 교육부는 우리 선생님들이 잘 해낼 것이라며 교사에게 모든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님의 도움, 사회의 이해를 구해야 했습니다. 기자들이 먹잇감 물 듯 학부모 짐인데 어찌할 거냐고 말하기 전에 교육부가 교육 주체들이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국가적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보냈어야 합니다. 교육부가 결국 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겨 교사만 힘든 상황을 만들었음에도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듯 합니다.”

 

위 담화 내용을 촬영할 때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교육부에 반사 담화를 전달하는 방식을 묻자 교육부 SNS에 이 동영상을 올리거나 이메일로 보내는 등의 방식을 고민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홍태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선생님들이 동학혁명처럼 들고 일어나 곳곳에 퍼 나르고 공유해주시면 교육부 장관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요? 담화 발표에 이어 전달까지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웃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게 보내는 교사들의 반사 담화는 전교조 서울지부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watch?v=X07T3xfPaAA&feature=youtu.be)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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