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호 교사의 국보법 30년 족쇄, 진실 밝힐 ‘재심’ 길어지나

김상정 | 기사입력 2020/04/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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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호 교사의 국보법 30년 족쇄, 진실 밝힐 ‘재심’ 길어지나
‘북침설 교육 없었다’ 학생들 증언은 3차 공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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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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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침설 교육 없었다’ 학생들 증언은 3차 공판부터

1989, 북침설 교육 조작 사건에 휘말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교직을 잃고 형을 살았던 강성호 교사에 대해 30년 만에 개시된 재심 사건(2019재노7) 2차 공판이 열렸다. 423일 오후 5시경, 청주지방법원 621호 대법정에서다. 지난 1301차 공판에 이어 3개월 만에 열리는 2차 공판이었지만 예정되었던 증인심문은 없이 15분 만에 마무리됐다. 3차 공판 기일은 오는 611일 오후 5시로 잡혔다.

 

이날 재판부가 당시 실제 북침설교육이 이루어졌는지를 밝히기 위해 2학년 7반 학생들의 추가증인신청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3차 공판에서의 3명의 증인심문에 이어 4차 재심 공판에서도 학생들의 증언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재판에 필요한 서류를 가득 들고 청주지방법원 재 621호 대법정에 들어서고 있는 강성호 교사, 이날 1989년 당시 전교조 결성관련으로 해직된 교사들을 비롯한 약 40여명이 재판 참관차 청주지법을 찾았다.  © 김상정


애초 2차 공판에는 1989년 당시 충북 제원고에서 강교사와 함께 근무했던 교사와 학생 2명이 증인으로 참석해 30년 만에 이 사건이 어떻게 조작되었는지를 증언할 예정이었다. 1차 공판 당시, 피고측(강성호 교사)에서 증인신청을 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다음 공판인 2차 공판 때 증인심문을 하겠다고 한 바 있다. 당시 잡힌 2차 공판 기일은 312일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두차례 연기되어 423일에야 2차 공판이 열린 것이다.

 

3명의 증인 심문이 예정되어 있던 이날 재판장에는 2차 공판을 지켜보기 위해 40여 명이 넘는 이들이 청주지방법원 대법정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증언을 하러 온 3명의 증인도 재판장에 참석했지만 증언은 재판부의 사정으로 인해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판부가 사전에 이와 같은 상황을 강성호 교사를 비롯한 변호인, 그리고 출석할 증인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증인 심문을 지켜보기 위해 재판장을 찾았던 이들 상당수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앞으로 강성호교사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재심 3차공판이 열릴 예정인 청주지방법원 제621호 대법정을 알리는 팻말   © 김상정

 

청주지방법원 제 2형사부(재판부)는 증인심문이 예정되었으나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상황에 대해 재판부가 변동이 되는 과정에서 재판 준비 절차상 혼선이 있었다.”라며 양해를 구했다. “정식으로 증인들한테 송달도 보내고 소환일자 통보도 하고 속기사도 준비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급적 심문을 많이 하더라도 진실을 밝혀보는 방향으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판부는 "1989년 당시 2학년 7반 학생들의 직접적인 증언이 더 신빙성을 갖는다"라며 추가 증인 신청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재판을 방청하러 온 이들이 어떤 이들인지 피고측에 질의했고 강성호 교사는 방청객을 둘러보며 참석자가 누구인지 설명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하러 온 이들은 89년 당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관련으로 해직되었던 교사들, 사건 당시 동료 교사들과 현재 강성호 교사가 재직 중인 상당고 교사들을 비롯한 언론인 그리고 전교조 조합원 교사들이었다.

  

30년 만에 이루어진 재심에서 담임 선생님이 누명을 벗기를 바라는 마음에 증인으로 나섰던 학생들을 포함한 3명의 증인들은 증인석에 앉지도 못하고 재판정을 나오면서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피고인 강성호 교사를 포함, 재판을 방청하러 온 이들 역시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 2차 공판이 시작되기 직전 강성호 교사가 621호 대법정 앞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김상정

 

강성호 교사는 코로나로 인해 재판이 두 번이나 연기됐다. 1차 공판에서 정식으로 말을 했던 증인심문 절차가 재판부가 바뀌면서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이 당황스러웠다. 증언을 하기 위해 제자들과 전국 각지에서 재판을 방청하러 온 분들께 미안하다. 예상과 달리 재판이 길어질 것이지만 그렇다고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늦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심기일전해서 재판을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 강성호 교사가 재판장에 들어설 때 가지고 간 이 재판관련 서류가 두툼하다. 재심 재판부에 제출한 서류로 보인다. 대법정에 들어서 본 재심재판부 판사석 앞에는 누렇게 색이 바랜 원 사건 재판 서류. 그 위에 놓인 두툼한 재심재판 서류, 제출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서인지 유독 하얀 색을 발하고 있었다. 색으로 대비되는 재판서류가 3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 노태우정권 하에서 있었던 사건 1989년......그리고 2020년 오늘, 청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재심에서 어떤 판결이 내릴까   © 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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