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교원평가 훈령 '개악'

재검토기한 3년 연장… 훈령 '폐지'문구 쏙 뺐다

김상정 | 기사입력 2020/04/07 [14:17]

교육부, 교원평가 훈령 '개악'

재검토기한 3년 연장… 훈령 '폐지'문구 쏙 뺐다

김상정 | 입력 : 2020/04/07 [14:17]

교육부가 교육계의 교원평가 제도 폐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폐지' 문구를 뺀 교원능력개발평가 실시에 관한 훈령(훈령)을 2020년 1월 1일 자로 기습 개정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9일 '교원능력개발평가 제도 개선 연구토론회'를 개최하며 교원평가제도 '폐지가 아닌 개선' 방향을 시사했다. 이어 토론회 개최 20여 일 만에 별도의 의견수렴 절차없이 훈령을 개정했다. 교육부는 개정된 훈령에서 훈령의 '폐지, 개정 등의 조치' 문구를 '개선 등 조치'로 바꿨다. 이에 훈령개정을 통해 교원평가 제도개선 입장을 명문화 한 것이다. 훈령을 개악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 개정 전 훈령. "법령이나 현실여건의 변화 등을 검토하여 이 훈령의 폐지, 개정 등의 조치를 하여야"라고 되어 있다.     © 김상정

 

 훈령에서 바뀐 조항은 '제21조(재검토기한)'이다. 개정 전 훈령(교육부훈령 제217호) 문구는 "이 훈령 발령 후의 법령이나 현실여건의 변화 등을 검토하여 이 훈령의 폐지, 개정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하는 기한은 2020년 2월 29일까지로 한다."다. 개정 훈령(교육부훈령 제320호)에서 해당조항은 "2020년 1월 1일 기준으로 매3년이 되는 시점(매 3년째의 12월 31일까지를 말한다)마다 그 타당성을 검토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로 바뀌었다. 교육부는 올해 2월29일까지 교원평가 폐지나 개정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책임을 방기한 채 매 3년마다 개선으로 개정하면서 사실상 교원평가 폐지의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셈이다.  

 

▲ 올해 1월 1일 개정된 훈령은 "법령이나 현실여건의 변화"나 '폐지'등의 문구가 빠지고 '개선 등의 조치'로 바뀌었다.     © 김상정

 

 교육부는 훈령을 개정하면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지역교육청 등 관계기관에 개정 전 의견을 묻지 않았다. 게다가 개정된 훈령을 4월 4일 현재까지도 교육부 누리집에 올리지 않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들이 훈령이 개정된 후에야 개정훈령에서 '폐지' 등의 문구가 빠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고 일고 있다.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 관계자는 지난 4일 "행정절차법 제41조1항에 따라 단순한 표현이나 자구를 변경한 훈령개정이어서 별도로 의견을 받지 않고 상시 개정 가능하며 공지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법제처가 제시한 문구에 따라 일괄 변경한 것이지 폐지를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진욱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변인은 "훈령을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개정하면서 그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있는 교육부는 교육계를 협치와 합의의 상대로 보지 않는 것이다. 교육부는 공식해명 해야 한다."라면서 "훈령에서 검토기한 연장뿐만 아니라 '폐지' 등의 문구를 뺀 것은 교원평가 폐지 요구가 상당함에도 폐지는 고려하지 않고 제도를 존속하면서 개선만 하겠다는 의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훈령 예규 등의 발령 및 관리에 관한 규정(대통령 훈령 제394호)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다른 행정기관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훈령예규 등을 입안하는 경우, 관계행정기관의 장에게 이를 송부하여 의견을 들어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5장 제 46조에서도 행정예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앞서 2018년 11월, 교육감협의회는 총회에서 의결된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 의견을 교육부에 내면서 신중검토를 주문한 바 있다. 그러면서 교원평가제도가 법률적 근거없이 '2010년 전면시행추진방안(교육과학기술부, 2010.1.15.)에 의거해 시행됐고, 훈령 제4장 제15조(결과활용) 제3항과 제17조(징계 등)를 통해 능력향상 연수 대상을 선정하여 연수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에서 명시한 교원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제도의 실효성도 없다고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를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1년 여 후인 지난해 12월 9일 교육부 주최로 열린 '교원능력개발평가 제도 개선 연구 토론회'에서 이혜진 교원양성연수과장은 "제도개선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되는지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라며 '교원평가 제도개선'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강정구 전교조 정책실장은 훈령의 폐지나 개정 규정을 개선으로 바꾸고 교원의 통제 강화 기제로 삼으려는 교육부의 행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라며 훈령에 근거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교원의 인사, 호봉, 부적격교사 퇴출 등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정책방향은 국민의 권한과 의무 규정은 법률에 근거해야하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다. 교육자치, 학교자치 차원에서 중앙통제 방식의 현 교원평가를 학교자율평가로 전환하고 관련 행정 권한은 시도교육감에게 위임되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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