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비정규직... 현안 주제로 실천활동 연계

초등 노동 교육 이야기

백순옥 · 경기 안양남초 | 기사입력 2020/04/07 [14:36]

여성,비정규직... 현안 주제로 실천활동 연계

초등 노동 교육 이야기

백순옥 · 경기 안양남초 | 입력 : 2020/04/07 [14:36]

2018년 6학년 담임으로 복직하면서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이 노동자로 살아감에도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노동에 대해서 가르치는 것에 주저하였다는 반성에서 초등노동 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하였다.


 3 ㄱ 8 여성의 날 남녀차별, 장애인 노동, 노동절,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최저임금, 파인텍 노동자 고공농성, 영남대 의료원 고공농성 등 시기별, 혹은 이슈가 될 때 수업하였다. 국어과, 사회과, 도덕과에서 읽기 자료나 토론 자료로 제공하기도 하고 창체 시간에 민주시민교육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실천했던 수업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8년 아직 새 학년의 들뜬 기분이 가시지 않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남녀 임금 격차에 관한 수업을 진행했다. 전교조 여성위에서 제안한 공동 수업안을 초등에 맞게 구성하였다. 행진하면서 부른 노래 가사를 통해 여성들의 투쟁이 모두를 위한 것임을 찾도록 하였다.

 

나라간 남녀임금 격차 그래프 속에 나타난 차별의 실태를 알아보고 이러한 차별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생각해보도록 하였다. 불공평하니까 바꿔야 한다에서 나아가 왜 남녀 임금 차별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차별을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누구일지를 생각해보도록 하였다. 아이들은 80분 동안 매우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였다. 남학생, 여학생 모두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답답해 하면서 차별은 철폐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였다.

 

이 수업이 미친 영향은 실로 컸다. 11월에 중입 배정 원서를 쓸 때 남중은 00중이라고 부르지만 여중은 00여중이라고 부르는 것에 아이들이 문제 의식을 느끼고 "성평등한 학교 이름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게 되었다. 학급 자치회를 통해 청와대 청원, 서명, 피켓팅, 언론에 알리기, 거리 선전전 등을 계획하고 실천했다. 아쉽게도 거리 선전전은 학부모들의 우려로 진행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여성, 남성의 문제로 보지 않고 모두의 문제로 바라보고 해결하려고 노력한 점은 매우 의미 있었다. 2019년 5학년과도 이 수업을 하였다.


 2019년 7월 3일~5일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이 전개될 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누구이고 그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 요구를 담은 자료를 가지고 모둠과 전체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수업을 하였다. 그리고 넉 달 후 사회시간에 동학농민군이 제시한 개혁안을 오늘날에 맞게 바꾸어 보는 활동을 했다.

 

모든 모둠에서 "노비 문서를 없애고 천민들에 대한 대우를 개선할 것"을 "비정규직 폐지, 정규직 늘리기, 비정규직 차별 없애기"로 바꾸었다. 또 "토지를 공평하게 줄 것"을 "월급을 공평하게 줄 것"으로 제시하였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말하고 비정규직제도가 현대판 신분제도임을 이해하고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의식의 성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가문중심이 아니라 인재 중심으로 관리를 채용할 것"을 "아들 말고 인재를 뽑아야 한다"로 바꾸기도 하였다. 3월에 남녀 임금 차별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공유한 영향이지 않을까 싶다.


 2018년 파인텍 동지들의 고공농성, 2020년 1월 영남대 의료원 동지 고공농성투쟁으로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 노조할 권리에 대해 수업하였다. 모둠 활동으로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었다. 아이들은 농성을 하는 것이 노조 할 권리,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임을 전체 공유를 통해 확인하였다.


 "현재 노동자들뿐 아니라 차세대 노동자들을 위해서까지 힘들게 싸우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도 노조에 대해 바른 인식을 갖고 살도록 하겠습니다."


 "노동자님, 힘내세요. 힘내라는 말 한 마디로 힘이 나지는 않겠지만 뒤에서 응원하고 기도하며 힘내도록 노력할게요."
 노조할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 정당함을 알고 응원하겠다는 말, 멋지고 존경스럽다는 아이들의 메시지에 감동받았다. 아이들이 적은 것은 활동지 그대로 사진 찍어 박문진 동지에게 보내 드렸다.


 그리고 학급 도서로 만화 "태일이"와 "송곳"을 비치해 두었다. 사회과에서 인권을 위해 노력한 인물을 소개하기 활동에 많은 아이들이 전태일을 소개하여 깜짝 놀랐다. 한 줄 독서록에 송곳을 읽고 "사람들이 노조에 많이 가입해서 다행이다."라고 쓰기도 하였다. 가르치지 않아도 환경만 만들어주어도 아이들은 배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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