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본래 학생의 것이다

함께 설계하는 교실 공간, 학생을 주인으로 만들어

김민중·경남 제황초 | 기사입력 2020/04/07 [14:45]

교실은 본래 학생의 것이다

함께 설계하는 교실 공간, 학생을 주인으로 만들어

김민중·경남 제황초 | 입력 : 2020/04/07 [14:45]

나는 어렸을 적부터 내 방을 가진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좁은 집과 많은 가족 덕분에 그러했고,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다른 이들과 함께 기숙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군대 생활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교사가 되고 독립적인 교실이라는 공간을 가졌을 때 약간 어색하고 불편했으나, 이 역시도 아이들과 함께 쓰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실이라는 공간은 기존에 누군가와 같이 써왔던 공간과는 달랐다. 교실 공간 속에는 권력 관계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교사보다 월등히 더 많은 학생이 교실을 사용하는데도 교실 공간 자체는 교사 위주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교사가 교실을 마음대로 배치하고, 학생은 그것을 사용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교실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학생들에게 교실을 돌려주고자 교실 공간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 복도쪽에 세운 화이트보드 칠판과 사물함 뒤 아이들의 공간     © 김민중

 

 교실 공간프로젝트 전, 아이들과 공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거리가 필요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공간은 운동장이었다. 학교에 강당 신축이 확정되고, 아이들이 즐겨 놀던 운동장이 반 토막 났다. 그 좁은 운동장마저도 공사 때문에 생긴 임시 벽으로 인해 삭막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아이들과 공사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예전의 운동장같이 뛰어놀기 좋은 공간의 운동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의 입에서 임시 벽에 벽화를 그려 운동장 공간에 따뜻함과 포근함을 주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마을 나들이라는 행사를 통해서 3~4학년이 함께 벽화를 그렸다. 그 이후 아이들은 다시 조금씩 운동장에서 뛰어놀기 시작하였다.


 이후 본격적으로 교실 공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5월의 어느 날, 4학년 국어 회의 단원 수업을 하고 있을 때, 내가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운동장은 너희에게 어떤 공간이었어?" 아이들은 원래는 제일 많이 뛰어노는 곳이었는데 공사 시작하면서 잘 못 놀게 되었다가 이번 벽화 프로젝트를 통해서 다시 놀게 된 공간이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그럼 교실 공간은 너희에게 어떤 공간이야?"라고 되물었다. 노는 공간, 쉬는 공간, 공부하는 공간, 책 읽는 공간 등의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나는 "선생님은 배움의 중심이 교과서가 아니라 너희들이라고 생각해서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데, 교실이라는 공간도 너희들이 중심이 되었으면 해. 그래서 회의 시간을 통해서 너희들이 맘대로 교실을 바꾸어볼 거야."라고 말하며 교실 공간을 아이들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나의 취지와 그 이유를 설명하였다. "어떤 것을 바꿔도 좋으니 너희들이 상의해가며 바꿔봐"라고 말하자 처음에는 아이들이 주저하였으나 이내 괜찮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껏 옮기기 시작했다.

▲ 복도쪽을 향한 아이들의 책걸상     © 김민중

 

 수업의 결과, 아이들의 책상은 칠판을 향해서가 아닌, 복도를 보고 앉게 되었다. 또한, 교실 뒤쪽에는 사물함이 임시 벽 역할을 하는 놀이 공간과 휴식 공간이 생겨났다. 그들은 내게 이동식 화이트보드와 돗자리를 요구했고, 그들의 요구대로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며칠 뒤, 공간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너무 좁고 규칙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2주마다 거듭되는 회의를 통해 공간의 이름과 사용방법 등이 정해지기도 했고, 교실 공간 자체를 완전히 바꾸기도 하고 조금씩 바꿔나가기도 했다.


 교실 공간프로젝트 이후 교실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우선 싸움이 많이 줄었다. 교실 공간을 함께 만들어냈다는 연대의식, 불만이 생겼을 때 언제든 다음 회의에서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수정 가능성, 회의에서 함께 정했기 때문에 그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 그리고 하나의 반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교실에 항상 아이들이 가득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정한 이름인 '공부 따윈 때려치운 환상의 공간(놀이공간)', '천국 같은 아늑이(휴식 및 독서공간)'만 봐도 알 수 있다. 독서 공간은 예약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놀이 공간에서 너무 오랫동안 논다고 집에 가지 않아 집에 보내기 일쑤였다. 교실의 주인은 교사가 아니다. 나는 교실의 본래의 주인인 학생에게 교실 공간에 대해 고민하고 직접 구성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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