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하나 잡았다고 끝이 아니다!

또 다른 'n번방'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양민주 | 기사입력 2020/04/07 [14:58]

'박사' 하나 잡았다고 끝이 아니다!

또 다른 'n번방'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양민주 | 입력 : 2020/04/07 [14:58]

   가해자들은 갑자기 나타난 괴물이 아니다. 텔레그램을 이용한 소위 'n번방사건'은 2019년 초부터 시작되었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국회와 관계기관들은 무엇을 했는가?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20대 대학생들의 끈질기고 용감한 추적과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관한 국회 청원'에 대하여 국회는 성인지 감수성의 무지함을 드러내며 주요 내용이 모두 삭제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일부 개정(타인의 사진을 합성한 불법 영상물 처벌 규정만을 추가)하여 졸속처리했다. 

 

 이 사건에 대한 국민청원이 사상 최대에 이르면서 여론화된 후에야 청와대는 강력 대응을 지시하였고 경찰은 철저하게 수사하고, 디지털 성범죄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온 국민이 공분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이며 학교는 n번방사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     © 정평한

 

 텔레그램 성착취, 어떻게 가능했나?

 그 방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본능, 문화라고 여겨졌던 야한 동영상(야동) 공유가 이 방의 회원들을 26만까지 확대했던 것이다. 야동관람은 남성들의 문화나 놀이가 아닌 부끄러운 일탈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성적 욕망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라 여성보다 우위에서 여성을 노예화하고 혐오대상으로, 변태적인 욕망의 도구로 사용했다.

 

 불법/피해영상물을 보고, 공유·유포 및 촬영 지시 등 모두가 성착취물 제작, 유포, 강간교사, 범죄행위 방조 등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많은 유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운영자 중 일부만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왔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소극적 처벌은 또 다른 'n번방'을 만들었다. 이용자들도 공범이라는 인식전환을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만이 성범죄 근절의 시작이자 필수요소다.

 

 언론은 성범죄 보도윤리를 지켜야 한다. '알권리'라는 말로 가해자 개인사를 부각시키는 것은 사건의 본질인 성폭력ㄱ성착취를 가리게 한다. 정작 필요한 정보는, 조주빈과 공범인 공익요원 강모씨의 신상털이가 아니라 나머지 가해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어떻게 수사하고 처벌할 것인지, 법률에 빈틈은 없는지, 어떤 방식으로 빈틈을 막을지 등이다.

 

 언론은 가해자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 적는 스피커로 기능하면 안 된다. 또한 '짐승, 늑대, 악마'와 같은 표현으로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하여 예외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해서는 안 된다. 성범죄는 비정상이거나 특정인에 의해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다. 사회·문화적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 언론의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사진, 영상 보도로 인해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  

 

 학교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교육을 해야 할 것인가?

 똑같은 성폭력 교육을 받고도 10대 청소년 중 피해 여성청소년들과 가해 남성청소년들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온오프라인의 성폭력에서 대해 주동자, 가담자, 동조자 되지 않기 등 성폭력에 저항할 줄 아는 교육이 절실하다. 가해자가 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와 강간문화(놀이) 및 성착취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유치원, 초등 아이들의 엄마 몰카 놀이(엄마의 모습을 몰래 찍어 공유하는 놀이), 10대 청소년들의 지인능욕(지인의 얼굴을 sns상에 올려 강간을 조장하는 글을 올리거나 음란물을 합성) 등 범죄행위가 또래 놀이문화로 변질된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유아교육부터 '동의'하는 방법을 배우고 몰카는 놀이가 아니라 범죄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해야한다.

 

 시대 변화를 쫒아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기존의 성폭력 예방교육, 성규범화 교육을 벗어나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포괄적 성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