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기ㅣ고 | 지난 5주, 우리는 어디에 있었나?

어제의 수고를 오늘의 소소한 성취로 만들고 공유하는 교사들

한희정 서울 정릉초 | 기사입력 2020/04/07 [15:04]

l 기ㅣ고 | 지난 5주, 우리는 어디에 있었나?

어제의 수고를 오늘의 소소한 성취로 만들고 공유하는 교사들

한희정 서울 정릉초 | 입력 : 2020/04/07 [15:04]

 집 앞에 개나리와 벚꽃은 만발했는데 집안 곳곳은 겨울의 흔적이 가득하다. 흠칫 놀라 달력을 확인한다. 2020년 4월 4일 토요일, 페이스북에 들어가 과거의 오늘을 되짚어보니 '상담 주간'을 치르는 고단함이 가득하다.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가지만 우리의 일상은 과거의 그 어느 날과도 같지 않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챙기기는 이미 일상으로 들어와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 화상 회의와 온라인 수다에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다. 5주라는 긴 시간 동안의 휴업은 '교사'라는 직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묻고 답하는 지난한 과정이기도 했다. 

 

 처음 1주의 휴업이 선언되었을 때 교육부는 수업 결손과 학습 공백을 우려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교사들은 반발했다.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는데 왜 교육부는 저런 우려를 먼저 내놓느냐고 했다. 나도 그랬다. 다시 2주의 추가 휴업이 선언되었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학을 줄여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모두 벌충할 거면서 왜 학력 저하를 먼저 운운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 3월 3일 전체 부모님께 인사문자를 보내고, 오픈채팅방을 열어서 소식을 주고받았다.                   © 한희정

 

 그럼에도 이미 우리반이 된 아이들의 안부를 묻는 것은 담임 교사의 몫이라 생각했다. 3월 3일 전체 부모님께 인사문자를 보내고, 오픈채팅방을 열어서 소식을 주고받았다. 가장 접근성이 좋은 학교가자닷컴도 소개하고, 에듀씨네에서 만들어준 가족과 함께 보면 좋을 단편영화 리스트도 안내했다.  

 

 담임교사의 인사 문자나 전화, 온라인 채팅방을 통한 소통을 계속했던 학급이 우리 학년에서 나 뿐이었다는 것을 확인한 건 3월 중순이 지나서였다. 휴업기간이고, 수업일수와 시수는 줄지 않을 것이고 그 부담은 교사와 학생이 고스란히 지고 갈 것인데 왜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하는 걸까? 담임마다 차이가 너무 크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관리자는 결국 문자 연락이라도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긴급돌봄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60명이 넘는 우리학교는 3월 9일부터 지금까지 오전 돌봄을 주로 1~3학년 담임교사가 담당하고 있다. 우리 학년 아이들이니까 우리가 해야 한다는 것에 토를 다는 교사는 아무도 없었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는 좀 헷갈린다. 휴업기간이라도 우리반 아이들에게 안부를 묻고 확인하는 것과 긴급돌봄을 담당하는 것, 어느 것이 더 교사의 직에 맞는 일인가? 둘 다라고 답하리라 본다. 그러나 더 근원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지침'이 내려오기 전에 교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어미 하나, 조사 하나도 '지침' 없이는 맘대로 정할 수 없는 학교의 현실은 어쩌면 위기의 순간에도 '남들 따라, 대세에 따라'가 주류로 만든다. 이 현실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중간 쯤 가라던 옛 어른들의 말씀과 어쩌면 그렇게 닮아 있는지. 

 

 원격수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누구에게 빚을 지게 될까 생각해본다.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하는 교사가 아니라,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교사가 아니라, 이것저것 찾아보고, 삽질하고, 뻘짓하며 어제의 수고를 오늘의 소소한 성취로 만들고 공유하는 교사들 아닐까? 어쩌면 모난 돌, 어쩌면 프로불평러, 어쩌면 지치지 않고 앞에 서는 자들 말이다. 이제 짧게는 1주, 길게는 2주가 남았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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