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에 쫓기고, 아이들은 눈에 밟히고

온라인 개학 준비하는 교사들

손균자·강성란 기자 | 기사입력 2020/04/07 [15:25]

입시에 쫓기고, 아이들은 눈에 밟히고

온라인 개학 준비하는 교사들

손균자·강성란 기자 | 입력 : 2020/04/07 [15:25]

원격교육시범학교인 서울 ㄱ초 ㄴ 교사는 구글 Meet’로 실시간 수업을 진행했다. 40분 수업 동안 순차적으로 입장한 6학년 아이들의 채팅방 도배 시도와 교사의 주의·경고가 반복됐다. 수업을 마친 뒤에도 주어진 코드로 방을 드나드는 아이들이 있어 교사의 지도 없이 온라인 채팅을 하는 등 문제 발생이 우려되어 실시간 수업은 잠정 중단했다.

 

구글 클래스를 기반으로 30분 분량의 수업 영상을 본 뒤 과제를 제출하면 피드백을 주는 방식의 수업도 병행했다. 아침 830분에 교실 컴퓨터 앞에 앉아 점심시간 잠시 자리를 뜰 때를 제외하고는 오후 6~7시까지 컴퓨터에 매달려 아이들 과제를 일일이 확인하고 피드백을 준다. 수학 문제 풀이를 틀린 아이에게는 제공한 동영상의 몇 분부터 몇 분 사이에 관련 내용이 있으니 확인하고 다시 풀라는 식이다. 학년에서 함께 만든 자료를 학급에 맞게 수정하면 두세 시간은 훌쩍 간다. 퇴근 이후에는 다음 날 과제 예약을 건다. 업무와 일과 시간의 경계가 사라졌다.

 

서울 ㄷ초 1학년 담임인 ㄹ 교사는 지난달 25일부터 EBS 온라인 클래스와 Zoom 화상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시범 수업을 시작했다. 학부모들에게 화상 수업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법을 안내하고 수업을 진행한 첫날은 전체 학생 17명 중 9명이, 둘째 날부터는 17명 전원이 실시간 접속을 했다.

 

ㄹ 교사는 동영상이 끊기는 점을 제외하면 좋았다.”면서도 타학급의 경우 낮은 실시간 수업 출석률 보호자 없이 기기 접속이 어려운 현실 등으로 인한 문제 제기가 있어 긍정적 사례를 일반화하긴 이르다고 했다.

 

두 교사의 고민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담임이 아무리 피드백을 주려 해도 따라오지 않는 아이들이다. 수업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에게 온라인 수업에서는 열심히 하자는 독려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맞닥뜨릴 학습 불균형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등교 이후 이 간극을 만회할 시간이 충분하길 바랄 뿐이다.

 

온라인개학을 앞두고 현장교사들은 수업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교육부는 원격교육시범학교 운영 성과를 일선 학교에 전파하는 것으로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육부의 지침을 현실화하는 역할을 맡은 교사들의 고민은 깊다.

 

특히 고교 교사들은 대입으로 인한 부담이 크다. 원격교육시범학교인 ㅁ고교 ㅂ 교사는 교육부는 다양한 원격수업 방식을 제시하고 있지만 3학년 1학기에 다양한 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해야 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쌍방향 수업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모든 학교의 쌍방향 수업이 오전에 몰리게 되면 온라인 플랫폼이 버텨줄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코로나 19 감염병 대응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에 따르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한하여 원격수업 중 교사가 직접 관찰하고 평가한 내용을 학생부에 쓸 수 있도록 했다. 수행평가 역시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서만 가능하다.

 

 

또 다른 고교 교사도 일반고 아이들 대부분은 수시 전형을 준비하고 있는데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 ‘4월 말 오프라인 개학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에 기대어 4월 한 달을 손 놓을 수도 없다. 시간에 쫓기고 세부지침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부가 모든 유형의 원격수업에 대해 학생부 기재와 수행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 등을 제시해 학생의 온라인 수업 참여를 독려하고 학교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ㅅ고교 ㅇ 교사는 논의를 할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말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온라인 수업 자료 관련 저작권 문제, 장비도 없고 카메라맨도 없는 상황에서 수업 영상을 준비해도 소위 일타 강사를 따라갈 수 있겠느냐는 자조 섞인 한탄, 사설 기관의 원격수업 플랫폼이 개인정보를 취합한다는 우려, N 번방 사태로 불거진 사이버 범죄에 대한 두려움, 추후 학사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결국 원격수업의 방향과 내용을 정하는데 가장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초등 1·2학년의 경우 온라인 접속 없이 원격수업을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초등 저학년의 발달을 고려한 결정으로 교육 주체들의 요구이기도 했지만 전 날까지 온라인개학을 준비하던 전국의 초 1·2학년 교사들의 허탈감은 말로 할 수 없다. 교사들이 언제까지 방송 보도와 신문 기사로 업무 지시를 받아야 하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교조는 이 같은 현장교사들의 우려를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전달했다. 안정적인 온라인 수업 지원을 위해 학생들의 온라인 접근 시간 최소화 교사들의 온라인 수업 적응 지원 및 시스템 구축, 기기 지원 불필요한 공문 및 행정 업무 감축 맞벌이·다자녀·다문화 가정 학습 소외를 막기 위한 지원 수업 준비 기간 교사의 돌봄 교실 지원 금지를 요구하는 한편 수업시수 유연화로 오프라인 50% 선에서 시수를 인정하고 쌍방향 수업 강제 금지, 공적 제공 콘텐츠 및 플랫폼 활용 등을 포함한 온라인 수업 가이드라인 제시를 주문했다.

 

교직원 복무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하고 교사 및 학생의 개인정보 유출 및 초상권 보호를 위한 온라인 학습 지침 마련 등 디지털 범죄 예방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특집기획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