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학교 운영 교사가 본 고교 원격수업

온라인 생기부 반영, 짧아진 내신 관리 기간 논란

정용준·서울 휘봉고 | 기사입력 2020/04/07 [15:28]

시범학교 운영 교사가 본 고교 원격수업

온라인 생기부 반영, 짧아진 내신 관리 기간 논란

정용준·서울 휘봉고 | 입력 : 2020/04/07 [15:28]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입시라는 괴물을 외면하고 살 수는 없다.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것이 내신 성적 관리와 각종 비교과 활동이고, 개별적으로는 수능이나 대학별 고사 준비도 꾸준히 해야 한다. 원격수업이 시작되면 이런 것들을 준비하는 과정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까?

 

고교생들은 인터넷강의(인강)에 익숙하다. 인강 한 편을 제작할 때 수많은 사람들의 손이 필요하지만, 이 과정을 의식하며 인강을 보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그런 상황에서 교사 혼자서 제작한 영상은 너무도 부실해 보일 수 있다. 이는 내신 성적, 수능 등의 준비에서 담당교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꼭 필요하다면 어설프더라도 실시간이든, 영상 제작이든 해야겠지만, 기존의 콘텐츠나 각종 자료를 적절히 활용하여 공교육에서 잘할 수 있고, 잘해야만 하는 출결 및 학습 태도 관리, 내용 이해 및 과제 확인, 피드백에 더 큰 힘을 기울이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원격수업 시 출결 관리, 수행평가 반영, 생기부 기록에도 큰 혼란이 예상된다. 출결의 경우, 학교마다 인정 기준이 제각각이다. 수업 시간표별로 체크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수업 이수 시간을 하루, 길게는 일주일 단위로 출석 체크하겠다는 학교도 있다.

 

현재 원격수업의 수행평가 반영과 생기부 기록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시범 운영 결과, 실시간 수업은 인프라도 문제, 교사나 학생의 역량 및 준비 부족, 익숙하지 않은 수업의 부담감 등 생각보다 장벽이 크다. 물론 이미 해 본적이 있거나 교사 개인의 의지와 능력이 남달라서 그 장벽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수행평가 반영과 생기부 기록에 편차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구체적인 출결 관리 지침이 나와야 하고, 수행평가 반영과 생기부 기록을 다른 원격수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1학기 중간고사 실시 여부는 학사일정과 함께 가장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다. 평가계획도 아직 확정짓지 못하고, 그냥 대기만 하고 있는 학교들이 많다. 과정 중심 평가를 권장하는 공문이 내려왔지만, 상대평가를 기반으로 한 내신 성적 산출의 예민함 때문에 중간고사를 포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건 혁신학교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과정 중심 평가로 대체할 경우, 수행평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높아진다. 등교 개학 이후의 촉박한 일정 속에서 교사들과 학생들 모두 밀린 진도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감, 과목별로 그 많은 수행평가를 한꺼번에 치러야 하는 학생들의 부담감, 수행평가 채점 기준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교사들의 부담감이 더해져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수행평가의 비율을 높이는 대신 점수 편차를 크지 않게 하여 서로의 부담감이나 불만을 최소화 시킬 수는 있지만, 이 또한 남아 있는 한 번의 지필고사인 기말고사가 내신 산출에 너무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고등학교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등교 개학이 이루어지고 1학기 중간고사를 정상적으로 치르는 것 외엔 현재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엔 어떤 결정을 하든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당장 급한 고3의 경우를 보자. 겨울방학부터 지금까지 공교육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사교육의 지원을 받는 학생들과의 간극이 생기기 시작했다. 원격수업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등교 개학 때 즈음엔 간극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의 특수한 상황은 고3 시기 인생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오히려 넘사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등교 후 짧은 기간에 내신 성적 관리, 각종 비교과 활동, 수능이나 대학별 고사 준비를 감당할 수 있는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

 

수능이야 2주간의 시간을 더 벌었으니 그나마 어떻게 해볼 수 있다 쳐도, 더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수시에서는 불리함을 극복할 여지가 없다. 당장은 이 문제에 대해 공론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학기가 진행되면 이 문제는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전에 3학년 1학기 성적 반영 비율이나 비교과 활동 반영 비율 등의 조정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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