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부 주도의 합법적 아동학대

교육희망 | 기사입력 2020/04/07 [16:13]

[사설] 교육부 주도의 합법적 아동학대

교육희망 | 입력 : 2020/04/07 [16:13]

 코로나 19의 위력은 불가항력적이다. 전세계를 집어삼킬 듯 확진자를 양산하며 인간 역사의 거룩한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있다.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미래'의 일로 미루어왔던 사회 곳곳의 오류를 밑바닥까지 드러냈다. 코로나의 역설은 '잠시 멈춤'의 시간을 통해 인간 정체성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이다. 

 

 다행인건 이왕에 당겨진 미래를 땜질식으로 끝낼지, 근본부터 뒤집을지는 우리 손에 달렸단 점이다. 

 미래교육을 외치던 대한민국 교육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강제 입장 당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미 두 달 전에 우리를 초대했지만, 우리의 상황 인지는 기존의 체계 안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 그룹은 코로나 19 팬데믹의 장기화를 내다봤지만 교육부의 상상력은 수업 일수와 시수 확보, 대학입시를 우선 순위에 놓고 1주일, 2주일 개학을 미루는 근시안적 대책을 내는 것에 그쳤다. 

 

 법적으로 수업일수의 감축이 가능한 10%의 마지노선은 4월 20일이지만 대입 일정을 고려해 4월 9일 고3(중3 포함)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기에 이르렀다. 대입을 살리겠다는 기조에서 나오는 대안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학년 진급을 위한 수업일수의 2/3(5월말)까지 염두에 두지 못한 것도, 나아가 9월 학기제의 본격 논의를 시작하는 기회로 상상력을 확장하지 못한 것도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전국의 교사들은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며 IT 강국의 신세계를 접했다. 실시간 화상회의를 하고 수업을 준비했다. 전학년 EBS 방송 채널이 개설되었고, 오전 9시면 전국의 학생들이 TV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저력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교사들은 1~6교시까지 빈칸 없이 채워진 온라인 수업 시간표의 허위를 알고, 실시간 수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초등 저학년에게 매체를 통한 일방 수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에게 학습 격차가 어떤 좌절감을 안겨줄지도. 특수, 다문화, 맞벌이 가정 학생 등 온라인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사각지대 학생들의 소외감을 알고 있다. '물리적 거리 두기'에 갇혀 대면 지원은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달리 대안을 말하지 못할 뿐이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탓인지 교육부는 지난 5일 초등 1 ㄱ 2학년은 EBS TV 채널과 학습지 등으로 원격수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보편적 접근을 고민한 흔적에 박수를 보내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자괴감도 든다. 수업시수를 떨쳐내지 못한 과욕이 빚은 합법적인 아동학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7일에는 원격수업 출결, 평가, 학교생활기록부 처리 기준 마련을 위한 훈령 개정사항 및 가이드라인이 배포될 예정이다. 고교 내신을 염두에 두고 촘촘히 짜여진 '공정한 기준'이 제시될 것이다. 그 지침이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공정성을 명분으로 한 천편일률적 기준이 과연 교육적이며 위기 상황에서 탄성을 가질 수 있을까? 혹여 지역적으로 등교가 가능한 학교가 생기더라도 현재와 같은 중앙집권형 입시제도는 그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포기시키는 선택을 할 것이다. 기꺼이 하향편준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지난해 독일의 김나지움(중등학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방문 당일이 마침 아비투어(대입시험) 기간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타 학년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학교 방문객의 일정도 문제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교과를 선택해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교사가 평가한 결과가 대입에 반영되는 과정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입시제도는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진다.    

 

 9월 학기제로 6월 즈음에 졸업 자격시험을 실시하는 유럽 몇몇 나라들 역시 시험을 취소했다고 한다. 5일자 뉴스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취소하는 대신 과제와 교내 평가 등으로 대입 성적을 대체한다고 밝혔다. 우리로선 상상도 못할 대책이다.    

 

 교육부는 2020 교육계획 발표를 통해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미래'교육체제 기반 구축 등 장밋빛 계획을 제시했다. 그 계획대로 제발, 눈앞의 입시 일정 땜질에 급급할 게 아니라 코로나가 들춰낸 교육의 민낯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일사분란한 체계 안에서 학교의 자율적 역량이 발현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입시와 수업일수를 움켜잡은 손을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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