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온라인 개학, 상상력을 넘어선 상상이 필요하다

손균자 편집실장 | 기사입력 2020/03/30 [12:22]

[데스크칼럼]온라인 개학, 상상력을 넘어선 상상이 필요하다

손균자 편집실장 | 입력 : 2020/03/30 [12:22]

 

▲  교육부는 개학 연기 후 현장 의견을 수렴하여 온라인 개학을 포함한 다양한 학습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 오토리

 

주말동안 sns를 통해 실시한 교육부의 설문은 교사들의 공분을 샀다. 답정너식 질문으로 현장의견을 묻는다고 말하며 온라인 개학을 강행한다로 읽히는 설문이었다. 온라인 개학에 반대하는 교사는 의견조차 낼 수 없는 문항으로 구성되어 교사의 입을 막으면서 온라인 수업을 정당화하는데 지나지 않았다더욱이 설문이 끝나기도 전인 28일 중간 집계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미 통계의 객관성조차 의구심이 든다.

 

이렇듯 교육부는 제대로 된 현장의 의견 수렴없이 온라인 개학 준비로 가닥을 잡으면서 온라인 선도학교 시범운영, 온라인 학습 컨텐츠 제작을 위한 각종 도구 제공 등 일방통행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개학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개학 연기, 논의를 위한 남은 선택지가 있다

언제 학교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준전시상황에서 수업시수에만 매달려 준비되지 않은 개학을 강행하는 것이야말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평시의 기준에 갇혀 불가능한 교육을 밀어붙일 게 아니라 초유의 사태에 대응하는 확장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좁혀 보면, 법적으로 허용된 재난 상황의 수업일수 감축 10%의 재량권이 남아 있다. 이에 근거하면 420일로 개학 연기가 가능하다. , 420일 연기 후에도 오프라인 개학이 불가능할 경우 온라인 개학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그 시간동안 현장은 오프라인 개학을 대체할 학습 준비를 갖출 수 있다.

 

좀 넓혀 보면 학생들의 학년 진급 기준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유급하지 않고 학년 진급을 하기 위한 충족 조건은 수업일수의 2/3선 이상 이수이다. , 수업일수 2/3선을 기준으로 하면 5월 말까지 개학을 연기할 수 있고, 안전이 보장되는 시점 확보에 여유가 생긴다. 불가피하게 축소된 교육과정은 내년으로 조정하여 학습 결손을 줄일 수 있도록 한다.

 

나아가 1학기 개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9월 학기제 전환 등 거시적 제도 협의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 개학에 앞서 학습환경 구축 및 디지털 범죄 우려 등을 불식시켜야 한다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할 때 학교와 가정에서 준비해야 할 것과 우려 지점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시수에 얽매여 무리하게 온라인 개학을 시행했다가 자칫 빈대 잡으려다 곳간 태우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다음의 사항들을 우선 점검하고 이를 해소할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온라인 학습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가?

3월 초 교육부가 안내한 각종 온라인 서버들이 동시접속으로 인해 다운된 사례가 있었다. 온라인 학습에 활용될 EBS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도구가 안정성을 갖추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학교의 통신 환경 구축과 웹캠 등 교사들에게 필요한 기자재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고, 온라인 시스템 활용 및 컨텐츠 제작을 위한 상세 메뉴얼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전국의 학교가 동시다발적인 온라인 학습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한지, 온라인 학습을 위한 교사들의 숙련도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둘째,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준비가 되어있는가?

교육부는 각 가정에 온라인 학습을 위한 기자재의 수요조사 후 실제 모든 학생들에게 어떻게 지원할지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원만으로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지 않다. 맞벌이 가정, 조손 가정 등의 어린 학생의 경우, 도구 사용의 문제로 원활한 학습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학생들의 온라인 접근성은 곧 학습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자칫 무방비로 인터넷에 노출되거나 디지털 범죄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온라인 학습을 위해서는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위한 대책이 동반되어야 한다.

 

셋째, 내실있는 컨텐츠 개발을 위한 시간은 충분한가?

현란한 첨단 기자재와 도구만으로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온라인 수업의 한계로 지적되는 지식 일변도의 강의식 수업을 벗어나기 위한 교육 컨텐츠가 준비되어야 한다.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더라도 학생들이 이해한 지식을 발현할 수 있는 후속 활동 등 일련의 흐름으로 온라인 교육과정이 편성되어야 한다. 온라인 개학이 ebs 강의에 의존하는 순간, 사교육을 키워주는 꼴이 되고, 학생간 교육 편차는 심화될 것이다.

온라인 수업에 교사들의 역량이 집결되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업일수 감축의 10% 재량권 만큼의 기간(420)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수적이다.

 

넷째, 디지털 범죄로부터 안정성은 확보되었는가?

n번방 사건에서 보듯 온라인 학습으로 인해 교사와 학생들은 디지털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전국의 모든 교사와 학생이 접속해야 할 컨텐츠의 특성상 접속이 편리해야 할 것이고, 이는 보안의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정보의 유출과 각종 영상 자료 등이 유포되어 악용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범죄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채 학생들이 장시간 온라인에 노출되어 디지털 범죄의 피해자가 되거나,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학생들의 디지털 범죄 노출 실태를 우선 파악하고, 디지털 감수성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온라인 개학을 포함, 학교급별 다양한 방식의 만남을 모색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았고, 교육부는 수업시수를 채우고자 하며, 가정이나 학교는 온라인 학습 준비가 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온라인 개학은 교사와 학부모들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장시간 컴퓨터와 핸드폰 앞에만 앉아 있는 걸 합법적으로 용인하는 시스템이다.

이미 재택근무를 하는 성인들과 온라인 강의를 듣는 대학생들에게서도 온라인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특히 초등 저학년의 경우 오프라인 없는 온라인 개학은 교육적 관점에서 우려가 크다. 불가피한 경우 온라인 개학을 포함하여 학교급별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이 필요하다.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 학생들은 기저 질환이나 면역력 문제로 대면 수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유니버셜디자인에 기반한 온라인 컨텐츠의 공급으로 특수학생이 학습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교육부에서 순회교육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보다 더 철저한 감염안전 대책이 전제되어야 한다.  

  

유치원 아동의 경우 최소수업시수 기준이 없어 개학연기에 따른 교육과정상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에 유치원은 아이들의 안전을 상시 관리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교육부는 교육비 문제 등 직면한 학부모들의 요구를 해소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초등은 조심스러운 제안일 수 있지만, 학생들의 발달상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학습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키울 수 있는 과제를 제시로 온·오프에서 학생과 교사의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대면 수업방식은 지역이나 학교 상황에 따라 교실내 안전 거리를 적용하여 학급 소규모 그룹별 적용방식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중등은 입시와 연동한 현실적인 문제로 우선 온라인 개학을 하되, 학교급별이나 고3 우선 온·오프라인 개학 등 차등을 둘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물리적 한계가 있지만, 전학년에 자유학년제의 취지를 도입하여 학생들이 관심 분야를 탐구하고 진로를 모색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온라인 개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어떠한 경우라도 온라인 학습이 지식 전달의 강의식 수업에 국한되어서는 안되며, 시수 인정 시간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40분, 50분의 온라인 수업을 오프라인 1교시로 등가시켜 학생들이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이야 말로 "비교육적"이다. 학생 스스로 학습하는 시간을 인정하여 자기 주도적인 학습훈련을 향상시키는 것을 이 시기 교육 목표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ebs 강의에 기반한 교사의 추가자료 제공, 학년이나 교과 단위의 컨텐츠 제작,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과제 제시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피드백과 학습관리는 온라인 학습의 실효성을 높이는 열쇠이며, 교육부는 제반 환경 구축에서부터 컨텐츠 제작자료, 시수인정 시간의 유연성 등 세부적인 매뉴얼을 제시하여 현장의 시행착오를 줄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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