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 10위권 자랑하면서 언제까지 모금에 기댈 건가?

김형태 | 기사입력 2019/12/1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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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규모 10위권 자랑하면서 언제까지 모금에 기댈 건가?
<학교안전사고 시스템>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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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1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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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안전사고 시스템>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우리나라는 이제 누군가 쓰러지고 숨져야 법이 바뀌는 세상이 됐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 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민식이법’과 주차장법 개정안인 ‘하준이법’이 통과됐다. 어린이 교통안전법이 어렵사리 통과된 만큼 부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의 어린이 안전 지수가 한 단계 높아졌으면 좋겠다.
 
다중교육시설인 학교 안팎에서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과연 학교 안은 안심해도 될까? 불명예스럽게도 학교 안전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2011~2015년)간 학교안전사고는 2011년 8만 6468건에서 2012년 10만 365건, 2013년 10만 5088건, 2014년 11만 6527건, 2015년 12만 123건으로 연평균 8.6%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학교안전사고 건수는 2011년 대비 38.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학교가 여전히 안전사각지대임을 웅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어린이 재난 안전훈련 학교’인 김해 모 초등학교에서 최근 발생한 ‘방화셔터 끼임 사고’는 우리나라 학교안전사고 시스템의 부끄러운 민낯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학교 안에서 일어난 안전사고, 그러나 치료비 등 부대비용 대부분은 가족 몫?
지난 9월 30일 경남 김해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방화셔터 끼임 사고’ 피해 학생(홍서홍 9살)이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고 내용은 이렇다. 서홍이는 아침 등교 시간에 친구와 함께 2층 교실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오전 8시 32분쯤 계단을 거의 다 올라갔을 무렵 방화셔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서홍이는 친구와 함께 방화셔터 아래로 통과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앞서가던 서홍이의 친구는 무사히 방화셔터를 빠져나갔다. 그러나 생각보다 빠르게 철제 방화셔터가 내려왔고 서홍이가 메고 있던 가방이 셔터에 걸리면서 그만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후 119구급대원들에 의해 오전 8시 50분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손상이 이미 발생한 상태였다고 한다. 사고 당시 학교 안 방화셔터 21개가 동시에 오작동한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은 방화셔터 오작동이 왜 일어났는지 그 원인을 조사 중인데, 방화셔터 결함 여부를 국과수에 의뢰했다고 한다.

 
서홍이는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그것도 방화셔터에 의해 어이없는 사고를 당했다. 학교 건물과 시설물은 점점 노후화 되어 가고 있다. 이런 일이 다른 지역 다른 학교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이 사고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즉 학교 관계자들과 교육당국,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학교 안 각종 시설물에 대해 철두철미한 안전점검과 여러 가지 사고유형에 대한 실효성 있는 예방활동·안전교육(재난대피 훈련 포함) 강화, 그리고 신속하고 충분한 치료비 지급·보상 등 전반적인 학교안전사고 시스템을 원점에서 새롭게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이 사고 이후, 서홍이 가족들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집은 김해인데, 병원은 양산에 있어 서홍이 곁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는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나머지 어린 두 아이를 돌보기 위해 아버지도 휴직했단다. 온몸이 뻣뻣해지는 현상으로 누군가 24시간 곁에 있어야 해서, 간병인 비용만 월 500만 원에 이르지만 간병비는 건강보험 대상이 아니라서 학교안전공제회에 청구할 수 없다. 환자가 쓰는 기저귀와 보호자의 식비, 교통비, 숙박비 등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급한 대로 교사들이 간병인 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서홍이 어머니는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지금 서홍이 아픈 것도 하루하루 벅차 죽겠는데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현재 학교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치료비를 지급 및 보상하기 위해 시도교육청마다 학교안전공제회를 두고 있으나 지급 범위는 인색할 정도로 매우 한정돼 있다. 건강보험 대상인 급여비(치료비 및 병실비 등)와 비급여 중에서는 의사가 치료 목적 상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비용만 지급 대상이다.
 
비급여 비용, 간병비 등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이러한 비용은 안전공제회가 지급하고 싶어도 지급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학교안전공제회 관계자에 의하면 “간병인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가 법에 정해져 있고 판례에 따른 요건도 따로 있다”고 한다. 또한 “다친 학생이 사용하는 기저귀와 보호자의 식비, 교통비, 숙박비 등은 이미 대법원에서 학교안전공제회의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해 지급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안전사고의 사각지대를 좁히기 위해 서울학교안전공제회의 경우, ‘학교안심공제’라는 새로운 정책사업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의회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고 한다. 말로는 학교안전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안전 관련 예산을 계속 삭감하는 사람들의 이중성으로 인해 학교현장은 고통 받고 있고 공제회 직원들은 맥이 빠진다고 한다.
 
서홍이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모금 운동 통해 천만 원을 모았으나 금세 바닥이 났고, 다시 전교생이 참여하는 바자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경남도교육청과 김해시청 등에서도 모금 운동과 서홍이 가족에 대한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훈훈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언제까지 교육부와 정부, 국회는 뒷짐 지고 있고, 모금운동에만 기댈 것인가? 경제규모 10위권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보여주는 학교안전사고 치료비 지급에 대한 후진적 행태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교육당국과 정부, 그리고 국회는 충분한 치료비 지원 위해 노력해야
분명 이 사고는 학교 안에서 일어났고, 서홍이에게는 아무 귀책사유가 없다. 현재 강직현상을 보여 24시간 누군가가 옆에서 돌보아야 하는 상황이라 간병인을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환자가 쓰는 기저귀와 보호자의 식비, 교통비, 숙박비 등도 만만치 않지만 이러한 비용은 지급 대상이 아니다.
 
현행 제도는 누가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서홍이 사건을 계기로, 교육당국과 정부, 그리고 국회는 내일처럼 나서 치료비를 충분히 지급·보상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아이를 낳으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낳은 아이라도 제대로 건사해야 할 것 아닌가?
▲ 학교안전공제중앙회 누리집     ©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명도 없게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안전한 나라를 위한 대국민 약속을 다짐하면서 적은 문구이다. 정부여당은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라도 앞장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3년 동안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직에 있으면서 치료비 지급 비율을 높이고, 치료비 신청 절차를 대폭 간소화 하는 등 나름대로 변화와 혁신을 꾀했지만, 서울공제회만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일이 아니라서 한계도 많았다.
 
학교안전공제회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가운데 학교가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까지도 책임지자는 것은 교육청, 교육부, 중앙정부, 국회 등 관계기관의 긴밀한 협력과 도움이 필요한 일이다. 속도를 내지 못한 것도 있었고,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 것도 있어, 못내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를 비롯하여 17개 시도 학교안전공제회가 제 역할과 사명을 다하도록 정부와 국회는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핵심적인 내용만 말하자면 첫째, 신속·적정한 보상체계 구축(△요양급여 보장 확대 △금융기관 수준의 빠른 청구시스템 도입으로 학생·학부모의 만족도 향상 △큰 사고의 경우, 자동차보험처럼 현장 방문 및 충분한 보상을 통한 학교안전사고 분쟁 제로화 △빈번한 학교안전사고 관련 분쟁요소 연구 및 해결 방안 강구 △학교안전법 개정)
 
둘째, 학교안전사고 예방활동 및 안전교육 강화(△주기적인 모니터링과 유의미한 통계산출 및 실효성 있는 예방활동을 통해 학교안전사고 최소화 △구체적인 매뉴얼에 의한 대피훈련 △체험중심의 안전교육 △학교안전관리 컨설팅 △전국 곳곳에 많은 안전체험관 마련 △학교안전 캠페인 및 안전문화 확산 대국민 홍보)
 
셋째, 교직원 안전망 구축(△학교안전사고로 인한 교권침해 해결방안 모색 △교직원 관련 공제사업을 통한 보상사각지대 최소화 △교직원 종합(상해·질병)공제사업 추진)
 
넷째, 재정건전성 강화(△공제료 산정기준 개선 △보다 적극적인 자산 및 기금 관리 등 지속적인 수익구조 개선)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현재 17개 시도공제회의 치료비 지급 기준이 각각 다르다. 예를 들어 어느 시도에서는 100% 가까이 보상해 주는데 어느 시도에서는 절반 정도밖에 해주지 않아 민원과 원성이 많고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교육부는 학교안전공제중앙회를 통해 속히 17개 시도 학교안전공제회의 치료비 지급기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다는 차원에서 법률자문 서비스도 확대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현재 학교안전공제회 직원들은 교육공무원법과 근로기준법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17개 시도공제회의 직제, 급여체계 등도 각각 다르다 보니 위화감 조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문제도 교육부와 중앙회가 나서 해결할 과제다.
 
학교안전공제회, 교육시설재단공제회와 통합 ‘학교안전공단’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주지하다시피, 올해부터 만 1살 미만 아동의 의료비를 사실상 ‘제로’(0)로 만드는데 이어 2025년까지 초등학교 입학 전의 모든 아동에게 ‘무상의료’나 다름없이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교 졸업 시까지 교육활동 중 일어나는 안전사고에 대해 치료비 100% 가까이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또한 제주도교육청은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행복권을 위해 전국 최초로 4대 질병(암, 심·뇌혈관, 희귀 난치성질환) 등 장기 치료를 요하는 질환을 가진 학생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사실 이러한 일은 학교안전공제회가 맡아서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학교안전공단> 설립이 시급하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우리나라도 ‘교육과 의료’ 만큼은 국가가 책임지자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무상교육’을 넘어 ‘무상의료’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징검다리 역할을 일정 부분 학교안전공제회가 이미 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충실하게, 그리고 제대로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17개 시도 학교안전공제회가 각각 다르게 운영되고 있고, 학교안전공제중앙회, 교육재난시설공제회 등 유사한 기관들이 혼재해 학교현장은 무척 혼란스러워 한다. 따라서 인적보상을 하는 ‘학교안전공제회’와 물적 보상을 하는 ‘교육시설재난공제회’와의 통합이 필요하다. 즉 중앙회와 17개 시도 공제회가 1차 통합하고, 다시 교육시설재난공제회와 큰 틀에서 통합해 명실상부하게 <학교안전공단>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면 교육계에도 <일원화된 전담·전문기관>이 생기는 셈이다.
 
무상급식을 도입할때처럼 교육청, 지자체, 중앙정부가 서로 합력하여 만18세(고교 졸업 때)까지 교육활동 중 일어나는 안전사고와 질병(자살 예방, 심리상담 등도 포함)에 대해 치료비를 100% 가깝게 지급하는 무상의료로 나아가면 좋을 것이다.
 
참고로 현재 전국 17개 시도공제회가 60~90% 정도 보상을 하고 있다. ‘안전사고 치료비 지급'에만 국한하면 연 50억 정도의 예산만 더 배정하면 된다. 생각보다 예산이 많이 들지 않는다. 50억 정도의 예산만 더 들이면 전국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치료비 부담에서 벗어나는 실질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라는 심리적 안심, 정서적 안정 효과까지 가져다 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증 질병'에 대해서도 치료비를 지원해 가면 좋을 것이다. 학생들에 대한 지원과 투자는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지원과 투자이다.

현재 노동부에는 안전보건공단, 국토부에는 교통안전공단, 경찰청에는 도로교통공단, 그밖에도 부처마다 산하에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시설안전공단, 승강기안전공단 등을 두고 안전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미래의 주역인 학생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정작 교육부에는 '안전 관련 공단'이 없다.

전국적으로 학생 수가 적지 않고, 실제로 어린이·청소년 학교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특히 연령상 가장 중요한 시기임(어린 시절과 사춘기 청소년 시절을 지나고 있다는 점에서)을 감안할 때 교육부 산하에 학교안전 업무를 총괄할 ‘학교안전공단’을 설립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학교안전 예방활동·안전교육 강화 및 치료비에 대한 충분한 지급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현재 교육계에서는 아무도 이러한 주장을 하거나 이 일을 추진하고자 하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루 속히 교육부, 국회, 교육감협의회 등은 긴밀하게 협력하여 <학교안전공단>을 설립해, 우리나라가 ‘학교안전 선진국·학교안전 강국’으로 한 단계 발돋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학교와 정부가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까지도 책임져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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