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잔재 학교장 '통할권' 폐지해야

김민석·전교조 교권상담실장 | 기사입력 2019/09/0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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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 학교장 '통할권' 폐지해야
김민석·전교조 교권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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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0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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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76번째 과제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제1회 '교육자치 정책협의회'에서 교육자치 및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룘을 발표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은 법률정비의 기본 방향을 국가 중심에서 지방 중심, 행정 중심에서 교육 중심, 교육의 자주성과 민주성 강화로 정한 바 있다.


 해방 후 제헌의회에서 교육법이 제정된 후 70년이 지났다. 짧지 않은 세월이다. 일본 제국주의 지배에서 벗어난 대한민국은 많은 부문에서 민주적인 성취를 이뤄냈다. 그런데도 학교 현장은 여전히 '민주주의', '자치', '자율화'가 핵심 화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부터 고쳐야 하는가?
 원인과 처방은 다양하겠지만 현행 법령에서 찾는다면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이다.
 
 통할권!
 '모두를 거느리고 다스리는 권한'을 말한다. 일본 제국주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식민지 시대의 학교에서 '모두를 거느리고 다스리는' 통할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은 학교장에게 필수적 요소였다. 식민지배 사상을 최일선에서 전파하는 사령관, 학교장의 핵심 역할이었다. 교사와 학생은 사령관의 명령에 충실히 복종해야만 하는 존재였다.

 
 교육법 50년!
 안타깝게도 일제로부터 독립한 후에도 학교는 여전히 식민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모두를 거느리고 다스리는 통할권을 지닌 학교장, 학교장의 '명'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는 교사. 1949년 제정되어 1998년 폐지된 교육법 75조의 내용이다. 해방 후 50년, 교육법 시대의 학교는 이러했다.
 
 초·중등교육법 20년!
 1998년 교육법이 폐기되고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이 제정되었다. 김영삼정부의 교육개혁안에 따른 변화였다. 문민정부는 법률제정을 통해 '학교운영의 자율성 존중, 교직원·학생·학부모·지역주민의 학교운영 참여'를 이루겠다고 했다. 학교현장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교육 민주주의, 교육자치, 학교 자율화는 진전이 있었는가?


 안타깝게도 현실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문민정부의 교육개혁안은 신자유주의 교육의 전면 도입이었다. 교육공급자, 교육소비자, 경제 논리가 도입됐다. 교육 주체의 참여와 협력을 통한 민주적 학교 운영이 아닌 경쟁 논리가 우선한 결과, 학교 현장은 아우성이 넘친다.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강조했지만, 학교는 교육법 시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모두를 거느리고 다스리는 학교장의 통할권은 강고히 지속했고, 학교 구성원의 자치적 권리는 없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교사의 법적 임무가 학교장의 '명'이 아닌 '법령'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관련 법령은 학교장의 '명'에 따라 교육하는 시절과 달라진 것이 없다.


 초·중등교육법, 교육기본법에서 부여하고 있는 법적 권한을 살펴보자.
 장관은 교육과정 편성권, 교과용 도서의 검·인정권,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권, 시도교육청 및 학교에 대한 평가권을 갖는다. 사실상 학교 교육에 관한 모든 것은 국가 사무라는 논리로 장관이 지배해 왔다. 장관의 행정명령에 불과한 고시, 훈령, 예규, 지침 등은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교육감을 강제했다. 교육자치법은 허울에 불과했다.


 학교에 대한 평가권, 지도·감독권을 지닌 교육감은 교육과정 운영, 교수·학습 방법 등에 관한 장학지도권으로 사실상 교사의 교육 활동을 지배했다. 수업과 생활지도를 수행하는 주체는 교사이지만 성취도 평가, 학생지도 권한마저 학교장에게 부여하고 있다. 학교장은 모든 학교 업무를 거느리고 다스리는 통할권자이기 때문이다.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에서 교육 활동 관련 교사에게 부여된 법적 권한은 아무것도 없다. 학생은 '존중'과 '보호'의 대상일 뿐, 자치적으로 참여할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학부모는 '의견을 제시'할 권리만 존재한다. 초·중등교육법 제정으로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되었지만 학교 자치와는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 교사, 학생, 학부모의 현주소이다.


 학교장이 모두를 거느리고 다스리는 학교에서 교육 민주주의, 교육자치, 학교자치는 불가능하다.
 교육주체들의 권리와 권한이 상호 존중되는 학교자치, 교육자치 실현! 문재인 정부의 공약 실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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