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며 깨닫는 '평화' 노래가 창조 불씨 되길

김상정 | 기사입력 2019/04/12 [08:18]
학교이야기
노래하며 깨닫는 '평화' 노래가 창조 불씨 되길
■ 노래 앨범<평화를 꿈꾸는 교실> 작곡가 이혜미 교사를 만나다
김상정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19/04/12 [08:18]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노래 앨범<평화를 꿈꾸는 교실> 작곡가 이혜미 교사를 만나다

 김포 운유초등학교 3학년 6반 교실 바닥에 점심 식사를 마친 이혜미 교사와 서른 명의 학생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아이들 손에는 악보집이 하나씩 들려 있다. 선생님이 작은 앰프에 연결된 기타를 조율하는 동안 아이들은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도 선생님의 교실 속 작은 무대 세팅 작업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모양이다.

 

 "나는 어젯밤 꿈속에서 꽃이 만발한 세상 보았죠. 너의 권리, 나의 권리, 우리 권리 꽃핀 세상을~"

 

▲ 책걸상을 모두 뒤로 밀고 나니 둘러앉을 공간이 생겼다. 이혜미 교사의 기타반주에 맞춰 즐겁게 '평화의 세상'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는 김포 운유초등학교 3학년 6만 학생들이다.     © 최승훈 <오늘의 교육> 사진 기자

 

노래 제목은 '평화의 세상'이다. "또 무슨 노래를 할까?" 선생님의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이 저마다 친구들과 함께 부르고픈 노래 제목들이 줄줄줄 나온다. 바로 시작된 "마음 운전" 전주에 맞춰 노래 소리는 다시 한번 교실 한가득 울려퍼진다. 선율에 맞춘 춤사위는 앉아 있는 터라 고개와 어깨가 주로 담당한다. 들썩이는 어깨에 맞춰 교실도 함께 즐거움이 만발한다.

 

 '교실평화' 의지와 바람

 이혜미 교사는 노래를 하면서 사람들과 만나왔다. 아이들하고도 교실에서 노래를 통해서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적당한 노래를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따돌림과 폭력문제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예방해 갈 것인가를 함께 연구했던 '따돌림사회연구모임(따사모)'음악창작팀 교사들과 함께 노래를 직접 만들었다. '내가 나를', '평화의 세상', '말의 힘'2017년 세상에 처음 선보인 노래 3곡이다.

 

가사를 쓴 김경욱 작사가는 아이들이 이 노래를 교실에서도, 집에서도 흥얼거리는 것을 보면서 이 노래들이 평화로운 정서와 의지, 의미를 자연스럽게 전파하고 내면화시키는데 영향을 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노래 시를 계속 썼고 이혜미 교사가 거기에 선율을 입혀 올해 3월에 '평화를 꿈꾸는 교실'이라는 앨범으로 14곡의 노래를 세상에 내놨다.

 

시가 완성되면 기타를 치면서 마음에서 나오는 음을 입힌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이 교사에게 그 과정이 즐거웠기에 육아를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노래를 만들고 녹음하고 보급하기까지의 고된 노동이 가능했다.

 

 교실을 넘어 학교를 넘어

 김포운유초에서는 올해 전 학년이 새학기에 노래를 배웠다. "우리 엄마도 이 노래 좋아해요. 엄마랑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언제 어디서나 같이 불러서 좋아요." '이야기집'이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는 학생은 하루에 다섯번 넘게 이 노래를 부른단다. 14곡 중에는 각 노래에 대한 마니아들도 생겼다. 노래를 하나 부르고 나면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도 부르자고 해서 한 번 노래를 시작하면 결국 여러 노래를 함께 부르게 된다. 좋다고 박수치고, 노래하면서 박수치고 박수도 리듬을 탄다.

 

이혜미 교사는 이 노래들이 교사들의 삶에, 그리고 새로운 노래의 창조의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순천에 있는 어느 학교에서는 노래를 부르면서 그림도 그리고 그 그림을 사진으로 찍고 영상으로 만들어서 유투브에 올렸다. 그렇게 유투브 안에서도 교류가 시작됐다.

 

▲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이혜미 교사는 31명의 아이들과 함께 교실평화규칙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교실의 약속'이라는 노래도 함께 부르면서 서로 정한 규칙을 지킨다.     © 최승훈 <오늘의 교육> 사진 기자

 

 예견된 권리충돌, 그리고 화해의 시간

 지난해 이혜미 교사가 속했던 6학년에서는 학교폭력이 한 건도 없었다. 소소하게 일어났던 갈등은 '진실과 화해의 시간'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해결이 됐다. 교실 안에서 권리충돌은 예견되어 있다. 그것에 대한 준비를 하려면 아이들간의 약속이 꼭 필요하다. 선생님은 거기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선생님이 하라고 해서 했어"가 아니라 "우리가 했어"라고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갈등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야 하고, 약속은 왜 중요한지 '교실약속'이라는 노래를 부르다보면 아이들 스스로 깨닫는다. "막막한데 노래가 있으니까 편했어요. 아이들도 좋아하니까 뿌듯하구요." 동료 교사들의 평이다. 어느 학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교사들끼리 서로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해나가면서 고립되지 않게 한다.

 

노래는 상황에 대해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부르기 쉽게 만들었다. 가사에는 권리, 평화, 화목, 우정 등의 개념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 의미들을 교육과정에서 가르치고 노래로 부르면 아이들은 금방 알아듣고 더 즐겁게 부른다. 학기 초 뿐만 아니라 365일 내내 교실에서 함께 불려질 수 있는 노래들이다. 앨범에 실린 노래들은 모두 유투브 따돌림사회연구모임’으로 올려져 있고, 음원과 악보는 전교조 누리집에서(bit.ly/평화노래) 만날 수 있다. 평화를 꿈꾸는 교실로 검색하면 전국 각지 교사들이 교실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영상으로 만들어 놓은 동영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 기사 좋아요
ⓒ 교육희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평화의 노래, 따돌림사회연구모임, 이혜미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PHOTO News
메인사진
[만화] 돌고 도는 학교
메인사진
[만화] 새학기는 늘 새로워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