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강좌] 대한민국 교사의 지위 안녕하십니까?

김민석·전교조 교권상담실장 | 기사입력 2018/10/2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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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강좌] 대한민국 교사의 지위 안녕하십니까?
국제 기준에 비춰 본 대한민국 교사의 교권
김민석·전교조 교권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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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2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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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기준에 비춰 본 대한민국 교사의 교권

 

52년 전의 일이다. 1966.10.5. 프랑스 파리에서 유네스코(UNESCO)와 국제노동기구(ILO)의 특별회의가 열렸다. 이날 특별회의에서는 [교사의 지위에 관한 권고](이하 권고)를 채택했다. 전체 146조로 구성된 [권고]는 교육목표와 정책, 교사양성, 신분보장, 휴가, 휴직, 봉급, 사회보장 등 교사의 권리와 권한에 관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회의 참가 주체는 교사단체가 아니다. 유네스코는 국제연합의 교육과학문화기구, ILO는 국제노동기구로 국가를 대표하는 인사가 참여하는 회의이다. 역사, 문화, 경제, 사회, 정치적 배경은 국가별로 다양한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 간 특별회의는 모든 회원국에 교사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교육의 형태와 조직을 결정하는 법규, 관습, 인사제도는 국가별로 다양한 차이가 있지만, 교사의 지위에 대해서는 모든 나라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통적인 기준과 척도를 제시하는 것이 [권고]의 목적이라 밝혔다.
 

교사의 지위란 '사회적 대우 또는 존경', '근무조건 및 물질적 급여', 두 가지 모두를 포함한다고 정의했다.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이라 정의했다. 학생 교육을 책임진 교사에게는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권리와 권한, 특별히 전문직으로서 자율권 보장을 강조했다.
 

[교사의 지위에 관한 권고], 국제 기준에 비추어 본 대한민국 교사의 지위, 교권, 교육권의 현실을 살펴본다.
 

교육공무원법 개정으로 1982.1.4. 대한민국 법률에서 처음으로 [교권(敎權)]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교육공무원법 제43조(교권의 존중과 신분보장)①교권(敎權)은 존중되어야 하며, 교사는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
 

법률에서 교권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떻게 존중되어야 하는가?
 

안타깝게도 그 해답은 알 수 없다. 우리나라 어떤 법률에서도 [교권]의 법적 개념을 정의하지 않고 있다. 하위 법규(시행령, 시행규칙)는 물론 교육부의 어떤 행정규칙(훈령, 예규, 고시 등)에서도 교권의 정의는 찾아볼 수 없다.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는 수십 년 동안 마땅히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2012.6 서울 교권 조례에서 교권에 대한 정의가 처음으로 내려졌다.
 

<교권이란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 비준한 국제조약 및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에서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로서 교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모든 권리와 교원의 직무수행에 수반되는 제반 권한을 말한다.>
 

교권이란 각종 법규에서 보장하는 교원의 '권리'와 교원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직무 '권한'이라 정의했다. 법령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불과했지만, 교권의 정의가 내려진 역사적 순간이다. 그러나 서울 교권 조례는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역사에서 사라졌다. 당시 교과부는 서울 교권 조례가 지방자치법에 위반된다며 대법원에 조례안 무효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조례안이 '교원의 지위에 관한 사항에 속하는 교원의 차별 및 불이익 금지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교권보호위원회 및 교권보호 지원센터의 설치·구성·운영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한 것은 국가 사무에 관하여 법령의 위임 없이 조례로 정한 것으로 조례 제정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이라 판시했다. [대법원. 2014.2.27. 2012추145]
 

교육부가 2013년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교원의 교육 활동 보호 시책 수립과 시행'을 교육감에게 떠넘기자, 시도교육청은 [교권보호매뉴얼] 제작에 착수했다. 2013년 경기도교육청의 교권보호 매뉴얼이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경기도 교육청은 협의의 교권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사의 교육권이라 정의했다. 교사의 교육권에는 교육과정 편성권, 교재 채택 및 선정권, 교육내용 결정권, 교육방법 결정권, 평가권, 학생지도 및 징계권 등이 포함된다. 광의의 교권에는 전문직 종사자의 권리와 인간의 권리가 포함된다. 전문직 종사자의 권리에는 교사단체 및 노동조합 활동권 등이 포함되고, 인간의 권리에는 시민으로서의 기본 권리인 행복추구권, 노동권, 표현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이후 타 시도교육청의 교권보호 매뉴얼에서도 경기도 교육청과 유사한 교권 정의를 내렸다.
 

교육권, 시민의 권리, 전문직 종사자의 권리라는 교권은 교육감의 권한으로 보장하기 힘든 높은 장벽이다. 법률로 정할 영역이기 때문이다. 매우 아쉬운 점은 교육감의 권한으로 가능한 영역도 구체적 실행이 없는 문헌 속 정의로만 끝난 점이다. 대한민국 교사의 교권은 시도교육청의 문헌 속에만 존재하고 있다.
 

권리로서 교권
 

권리란 일정한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개인에게 법이 인정하는 힘이다. 모든 사람에게 부여되는 기본적 권리인 인권, 시민권, 노동권을 교사라는 이유로 특별히 제한해야 할 이유가 없다. 민주시민으로서 기본 자질과 태도를 함양하는 교육의 기능을 고려하면 인권, 시민권, 노동권은 교사에게 더욱 중요한 요소이다.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 보호를 위한 필수 요소이다.
 

[권고]에서 교사의 인권, 시민권, 노동권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활동에 대한 교사의 참여권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교사의 정치, 사회 활동 참여는 미래 사회 발전을 목표로 하는 교육 본연의 역할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권고문에서 강조하고 있는 교사의 권리에 관한 주요 내용은 <표 1>과 같다.

 

권한으로서 교권(교육권)
 

권한이란 일정한 직위나 직책에 따라 주어지는 직무상의 권리 또는 공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직권의 범위를 의미한다.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교사의 법적 임무는 '학생 교육'이다. 학생 교육을 위해 교사에게 부여된 직무 권한이 교육권이다. 교사의 교육권에는 교육내용 결정권(교육과정 편성 참여, 교과서 및 교재선정 등), 교수과정 결정권, 성취도 평가권, 학급 경영권, 학생 생활 교육권 등이 포함된다.
 

[권고]에서 직무상의 권한인 교사의 교육권은 방해받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모든 감독 제도는 교사의 전문적 직무 수행을 장려하고 원조함에 그쳐야 하며 교사의 자유, 창의, 책임을 훼손시킬 수 없다며 국가와 행정 권력 개입의 한계를 선언하고 있다. 교사의 교육 활동은 학부모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권고]에서 강조하고 있는 권한으로서의 교권(교육권)에 관한 주요 내용은 <표 2>와 같다.

 

전문직으로서 교권
 

전문직의 핵심 특성은 자율적인 활동 권리와 자율적인 통제 권한이다. [권고]에서 교육은 엄격하고도 계속된 연구를 통하여 습득 유지되는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공공적 업무이므로 학생 교육과 복지를 위해서 교사와 교사단체의 자율적인 활동권과 통제권이 필수적 요소라 강조했다. 교사의 윤리강령, 행동강령은 교사단체에 의하여 제정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전문직으로서 교권은 교사의 권리 또는 권한에 속한다. [권고]에서 교직의 전문직을 강조하는 조항을 간추려 보았다. <표 3> 참조
 
대한민국 교사의 지위와 교권, 이대로 좋은가?
 

[권고]는 교사의 시민권, 정치적 기본권, 노동권 보장을 강조했다. 교사의 사회 및 공직의 참여는 개인의 발전과 교육 및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장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교사는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와 형사처분을 받기도 한다. 교사 신분을 유지하고 모든 공직에 출마할 수 없다. 해직 조합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6만 교사의 단결권이 원천 부정되고 있다. 기본적 시민권, 정치 기본권, 노동권 모두 원천 억압되는 존재, 대한민국 교사의 지위다.
 

[권고]에서 교사는 '학생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이라 정의했지만, 대한민국 교사는 1948년 제헌국회의 교육법 75조에 따라 50년 동안 '학교장의 명령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는 존재였다. 교육법이 폐지되고 1998년 초·중등교육법이 제정되어 교사의 임무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는 사람으로 변경되었지만, 법령의 내용은 '학교장의 명령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는 시절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교육과정 결정권, 교과서 검·인정권, 학교 평가권, 학생에 대한 학업성취도 평가권은 초·중등교육법에서 장관에게 부여된 권한이다. 교육감은 공·사립 학교에 대한 지도감독권, 학교 평가권, 교수 학습 활동에 대한 장학지도권으로 교사의 수업과 교육 활동을 통제한다. 교장에게는 학교의 모든 업무를 거느리고 다스리는 교무 통할권, 교직원에 대한 지도감독권이 부여된다. 학생 징계 및 지도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업 성취도와 인성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평가권 마저 학교장에게 부여하고 있다. 교사에게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 교육권을 장관, 교육감, 학교장이 독점하고 있다.
 

교육은 국가와 민족, 사회적 현상을 넘어 인류 공통의 지향점과 가치를 추구하는 영역으로 이를 수행하는 교사의 지위를 위협하는 다양한 형태의 억압에 대한 국제적 경고, [교사 지위에 관한 권고]가 시사하는 점이다. [권고]는 국가 간의 '협약'이므로 강제력을 띤 국제법 조약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회원국은 협약을 지켜야 할 의무를 지닌다. 유네스코와 ILO의 회원국인 대한민국은 권고 내용을 지킬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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