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등 특권학교 폐지로 ‘일반고 전성시대’ 열리나?

김상곤 부총리, 서열화 된 고교체제 해소 등 불평등·서열화 교육을 개혁하겠다

김형태 | 기사입력 2017/07/06 [13:40]

자사고 등 특권학교 폐지로 ‘일반고 전성시대’ 열리나?

김상곤 부총리, 서열화 된 고교체제 해소 등 불평등·서열화 교육을 개혁하겠다

김형태 | 입력 : 2017/07/06 [13:40]

학교는 얼마나 명문대를 많이 보내느냐에만 혈안이 되어있고, 친구는 이 아닌 이 되었고, 학교는 배움이 이루어지는 곳이 아닌 대입을 위한 전초기지가 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정책 중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공약입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고교서열화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특권학교에 대한, 위수한 학생(경기도 성남 이우학교 1학년)의 뼈있는 말이다. 그는 또한 고교비평준화 지역에서 명문고라 일컬어지는 일반고들과 기숙형 자율고, 기숙형 공립고에 의해 고입경쟁이 심화된다기숙형 자율고, 기숙형 공립고를 폐지하고 고교비평준화 지역에서의 고입경쟁을 해소할 다른 대안을 모색해 달라고 덧붙였다.

 

위수한 학생의 말처럼 자사고 등 특권학교는 처음부터 생기지 않았어야 할 학교였다. 교육논리와 교육적인 안목으로 도입 여부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경제논리와 경쟁논리에 입각하여 만들어진 학교였기 때문이다. ‘규제에도 착한 규제가 있고 나쁜 규제가 있는 것처럼, ‘다양화에도 좋은 다양화가 있고 나쁜 다양화가 있다. 그런데 특히 이명박 정부는 고교 다양화 정책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결국 수평적 다양화가 아닌 수직적 다양화, 다시 말해 고교 서열화를 심화, 촉진시켰다. 그것도 정치논리에 밀려 무분별하게 확대했다.

 

▲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재인 대통령 교육 공약 우선 도입’ 관련 설문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김형태

 

특히 교육계의 4대강 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사고 정책은 가뜩이나 기형적인 우리교육계를 더욱 일그러진 괴물로 만들었고 급기야 우리 사회의 발달장애까지 초래하였다. ‘재정적 독립’, ‘건학이념에 따른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표방하는 등 설립취지나 목적은 장밋빛 청사진처럼 그럴 듯했으나, 결과적으로 자사고는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

 

솔직히 특수한 목적도 없고, 특별한 것을 가르치지도 않고, 그저 부모 잘 만난 덕에 특권학교 나와 김기춘과 우병우처럼 괴물형 사회지도층이 된다고 생각했을 때,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또한 학창시절 내내 반쪽 세상만 경험한 외눈박이 같은 아이들이 과연 억울함과 부당함에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있는 사람들과, 벼랑 끝으로 몰리는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읽을 수 있을까? 누구처럼 저거 치워라고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특권학교의 해악을 비판하는 전문가들의 풍자와 비아냥이다. 외고 졸업생인 ㄱ아무개도 나도 외고 나왔지만, 외고, 자사고는 입시학원일 뿐이다. 폐지가 정답이다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 7월 5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특권학교 어떻게 일반학교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토론회     © 김형태

 

자사고 등 특권학교, 알고 보면 교육계의 4대강 사업

 

75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특권학교 어떻게 일반학교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토론회 발제에서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자사고와 특목고 관계자들은 고교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존치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들이 강조하는 다양성은 서열화에 따른 다양성일 뿐, 실질적으로는 획일적인 입시교육에 불과하다고 말문을 연 뒤, “일반고와 다르지 않은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에 입시 선발의 특혜를 주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자사고와 특목고는 학습의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따로 분리시켜 수준에 맞는 교육을 시키겠다는 것이고, 좋은 면학 분위기의 실체는 입시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나타내는 획일성의 다른 이름일 뿐이며 자신과 같은 성향의 사람들과만 학교생활을 한 사람이 사회에 진출하여 자신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협업을 할 능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자사고 등 특권학교는 융합, 협업, 창의성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전혀 맞지 않는 교육이고, 민주시민교육과도 역행하는 제도라서, 자사고와 특목고를 다니는 학생들도 피해자로 만드는 제도라는 것이다.

 

김유현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우리나라에 공교육의 기본원리와 상충되는 특별한 학교들이 2000년대 이후 대거 설립되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전체고등학교의 5%에 육박하게 됐다더욱이 대기업이 설립한 자사고의 경우에는 회사임직원의 자녀를 우선적으로 선발하도록 되어있어 경제적 지위에 따른 진입장벽이 더욱 분명하여 집이 바로 학교 옆에 있는 학생도 진학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고는 성적우수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성적하위학생들의 입학을 사실상 봉쇄하여 일반고에 배정하도록 함으로써 일반고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결과적으로 자사고는 성적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입시중심의 교육과정을 강화하면서 이들 학교에 유리한 대입전형을 이용하여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률을 높여왔고, 이러한 진학률을 선전하면서 다시 성적우수 학생들을 선발하는 발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지난 달 2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외고 등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달 2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외고 등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송인수 공동대표는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은 얼마 전 3500명 시민을 대상으로 우리 단체가 실시한 문재인 대통령 교육 공약 우선 도입관련 설문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고 말문을 연 뒤, “국민 다수의 유익과 상반된 주장은 고립을 직면할 것이라며 자사고 일부 학부모 등 이해집단의 반발을 비판했다.

 

또한 “2016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초등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가 24.1만원, 고교생 26.2만원, 중학생 27.5만원으로 중학생 사교육비가 최고다. 외고·영재고·자사고 입시 등이 중학교 사교육비 폭증 원인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단체가 몇 해 전 조사한 자사고 교육 다양성평가 결과에 의하면 20개 자사고 중 1개를 제외하고 모든 자사고들은 낙제점을 받았다소위 특권 고교들처럼 성적과 부모 배경이 비슷한 아이들을 따로 모아 교육하는 분리 교육학교 체제는 사회통합 질서에 역행하고 이질적 집단 속에서 협업 능력을 길러내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덧붙였다.

 

5, 좋은교사운동은 초··고교 교사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자사고와 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설문조사 사이트 리서치중앙을 통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매우 찬성'하거나 '찬성'하는 사람이 전체 조사 대상의 88%으로 조사됐다.

 

▲ 교육시민사회단체 19개가 모여 구성한 '특권학교 폐지 촛불시민행동'이 4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수선 기자

 

이제는 분리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으로 나아가야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교육이 없는 교육부 시절을 혹독하게 경험했다. 단팥 없는 찐빵처럼, 교육적인 논리와 교육적인 안목 대신, 정치논리, 경제논리, 경쟁논리만 무성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이라면, 학교다양화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황폐화시킨 것이다. 다양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학교를 서열화하고 분리하는 수직적인 다양화는 분명 교육적이지 않다. 공부 잘하는 아이 따로 떼어 과학고, 외고, 자사고, 국제고 등 특목고 만들고, 장애아이 따로 떼서 특수학교 만드는 것은 교육논리가 아니다.

 

교육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도 분리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일 수종이 아닌 크고 작은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다양하게 어울려 호흡하는 숲이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것처럼, 한 교실 안에는 경제적으로 잘사는 아이도 있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도 있고, 성적 우수자도 있고 다소 성적이 부진한 아이도 있고, 장애아이도 있고 비장애아이도 있는 통합교육이 교육적으로 올바른 교육이라는 것이다.

 

어학, 과학, 문예체 영재를 위해 특별한 학교를 따로 두기보다 일반학교 안에서 교과 활동, 또는 비교과 활동을 통해 어학, 과학 영재를 키워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특수목적학교를 자꾸 만들어 기형화하기보다는 공교육 안에서 어학, 과학, 문예체 등 소질과 재능을 키워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공교육 안에서 맑고 밝고 씩씩하게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4대강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끝난 것처럼 자사고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가뜩이나 높은 사교육비 때문에 등이 휠 정도인데, 천만 원이 넘는 비싼 학비를 내고도 성적 좋은 아이들끼리 모여 더 심한 경쟁을 하는 분위기외에는 자사고 측이 주는 것은 거의 없다는 평가이다. 솔직히 경쟁도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성적향상 효과도 거의 없고, 선발효과 외에는 교육효과로 인한 자사고 학업성취도 향상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자사고 법인들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을 꾀해야 하고, 학부모들도 오히려 자발적으로 자사고 지정 철회하라고 목소리 내야 하지 않는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는 김상곤 교육부총리     © 최승훈 기자

 

김상곤 신임 부총리 취임, 자사고 등 특권학교 폐지 가시화될 듯

 

문재인 정부가 수직적 서열화수평적 다양화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특히 김상곤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함에 따라 자사고 등 특권학교 폐지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자신이 임명될 경우 자사고·외고가 대학입시를 위한 예비고로 변질됐기에 자신의 임기 내에 폐지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고, 청문회에서는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가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은 온 국민들이 알고 있다"고 언급했고,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도 불평등·서열화 교육을 개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취임사에서 김 부총리는 "무한 경쟁교육에서 공존과 협력교육으로의 전환과 양극화, 기회 불평등 해소는 우리 교육이 당면한 대표적 과제"라며 "자사고·외고 문제를 비롯해 특권 교육의 폐해와 연계해 고교 체제 전반을 총체적으로 살펴 개혁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열화 된 고교체제 해소와 대입제도 개혁 등 국민의 이해가 걸려있는 중대 사안은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교사, 학부모, 교육전문가는 물론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개혁안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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