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 교실에 펼쳐질 5·18

배이상헌 · 광주 효천중 | 기사입력 2017/05/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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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교실에 펼쳐질 5·18
배이상헌 · 광주 효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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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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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면 나는 공동묘지에서 10여일 이상을 산다. 광주시립묘지 제3묘원, 통상 칭하는 망월동 5·18 구 묘역이다. 올해도 내가 재직하는 효천중 학생회를 비롯하여 지역 학생들과 교사들, 타 지역에서 방문한 대학 학생회나 서울도시철도, 현대차노조, 5·18재단의 교사연수, 룗추모연대룘의 답사강사 양성 등으로 나는 수 십여 시간 햇볕을 쬐며 묘역 안내를 했다.   
 

광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80년 5월 당시 고2였다. 나처럼 숨죽여 숨어 지낸 학생도 있었으나 도청을 향해 달려가고 마지막 27일 새벽 흉폭한 국가에 맞서 항쟁의 증인으로 역사의 승리를 향해 생명을 바친 고교생도 있었다.
 

37년이 지난 5·18은 이제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의 전쟁터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기록유산을 나 몰라라 하며  여전히 '간첩, 폭도'를 되뇌이는 극우 국가폭력 부역자들을 생각하면 기가 막히고, 영문도 모른 채 '홍어 택배' 운운하며 유족들을 능멸하는 '일베' 청소년들을 떠올리면 아찔하기만 하다. 5·18 관련하여 인터넷을 검색하면 검증된 팩트보다 거짓 주장들이 먼저 떠오르는 현실은 칼끝이 가슴에 들어오듯 아프다.
 

그렇지만 십여 년 넘게 혼자 외롭게 싸웠던 유족들도 있지 않은가? 일방적으로 매도되고 고립되었던 지난 세월에 비하면 기억의 전쟁에 다다른 것도 감지덕지할 일이다. 이제야 '헬기 기총사격'이나, '신군부와 미국의 협조사실', '발포 명령'등에 대한 진실규명투쟁이 한 고비를 넘어가고 있지 않는가? 
 

번듯한 국립묘역을 마다하고 망월동 구 묘역을 답사장소로 삼는 것은 그곳에는 5·18열사와 더불어 진상규명 투쟁의 과정에서 숨져간 40여 민주노동열사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5·18유족들과 민주화운동 유족들의 소망은 현재의 국립묘역이 떼어놓은 5·18열사와 민주열사의 거리를 극복해 함께 안장하고 함께 기억하여 국립묘지를 온전히 완성시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지배세력은 5·18의 희생자와 저항한 시민군을 분리하고, 5·18 열사와 진상규명투쟁의 민주열사들을 분리하여 '박제화된' 5·18로 민주세력의 분열을 획책하는 것이니 만큼 우리의 기억투쟁은 진상규명과 더불어 윤상원을 비롯한 시민군의 저항과 대동의 정신이 한국사회 민주화운동의 큰 줄기로 어떻게 계승되었는지를 교육의 내용으로 삼는 것이다. 
 

따라서 5·27 도청의 마지막 항쟁의 의미를 새기고 기억하는 것은 80년 이후 미쳐간 (?) 한국사회 민주화 투쟁의 팩트를 온전히 조명하고 5·18과 봉합하기 위해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고립된 광주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어떻게 투쟁에 동참했는지, 절반의 진실만큼 감추어진 절반의 비밀을 통해 그들이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응시하는 역사적 영성의 교육이 간절하다. 따라서 5·18은 80년 5월 18일이 아닌 80년에서 2017년에 이르는 5·18로 조명되고 지나간 37년을 가로지르는 인물들의 삶으로 복원되어 교실에 펼쳐져야 한다.
 

서울의 마석모란공원, 대구의 현대공원, 부산의 솥발산 묘역, 지금 조성되는 이천의 민주화운동기념공원 등은 기억의 전쟁에서 우리가 결코 포기하지 않아야 할 힘의 근원이다. 지배세력의 분열 음모에 무릎 꿇지 않고 우리 시대의 운동사를 온전히 부활시키는 기억의 전쟁은 그 누구보다 교사로부터 시작되고, 교사가 참여하여야 한다.
 

학생회 학생들은 망월묘역을 답사하며 모둠별로 학교 친구들에게 소개하고픈 열사를 선정했다. 네 분의 열사를 5·18 기념식 학교 방송에서 모둠 대표들이 소개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열사를 소개하는 중딩들의 가슴이 당당하고 그 눈길이 너무도 크고 거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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