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 신 학 교 를 찾 아 서 10 |
1028개 혁신학교 오늘과 내일

7년 새 80배로… 일반학교와 '따로 또 같이'

최대현 기자 | 기사입력 2016/12/19 [12:34]

| 혁 신 학 교 를 찾 아 서 10 |
1028개 혁신학교 오늘과 내일

7년 새 80배로… 일반학교와 '따로 또 같이'

최대현 기자 | 입력 : 2016/12/19 [12:34]

 

 전국 혁신학교는 2016년 9월 현재 1028곳이다. 경기도에서 처음 생길 때 13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0배가량이 늘었다. 7년만의 일이다. 전체 유·초·중·고 2만835곳의 4.93%다. 유치원을 뺀 초·중·고 1만1563곳에서는 8.89%를 차지한다. 경북과 대구, 울산을 뺀 14개 시·도교육청이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행복학교(경남), 무지개학교(전남), 다혼디배움학교(제주) 등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저마다의 명칭을 붙였다.
 


 학생 발달 위한 민주적 운영·수업혁신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지역은 대전. 보수성향의 교육감이 이끄는 곳이지만 혁신학교 운영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대전교육청은 '창의인재 씨앗학교'라는 이름으로 혁신학교 10곳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0월 5곳에 이어 올해 8월에도 초1, 중3, 고1 등 5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이들 교육청들은 내년도에도 혁신학교를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어서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혁신학교가 공교육 제도로 들어온 때는 지난 2009년. 첫 진보 성향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핵심공약으로 시행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작은학교교육연대 등이 꾸준히 추진해 온 교육과정 재구성과 민주적 학교운영 등 참교육실천과 학교혁신의 내용들이 선출직 교육감을 통해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어 2010년과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 혁신학교 도입과 확대를 내건 진보교육감들이 각각 6명과 13명이 당선되면서 혁신학교는 전국화됐다.


 혁신학교는 담임교사들이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교무행정업무팀 등의 구조 설계를 바탕으로 교사 다모임을 통한 사실상의 교무회의 의결기구화, 학생자치 실현 등으로 민주적인 학교 운영과 수업공개 등으로 수업혁신, 교육과정 재구성 등을 실천한다.


 이윤미 홍익대 교수(교육학과)는 "기존의 프로그램 위주의 대증적 방식을 넘어 학교전체가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학생의 배움과 발달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도록 인프라, 시스템, 학교문화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혁신학교는 학교교육의 본령인 수업혁신부터 시작해 생활지도, 학교운영이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사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교육희망>이 올해 다녀온 혁신학교 9곳에서도 이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사·학생·학부모 만족도 80점 이상


 혁신학교 운영 결과, 교사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높다. 경남교육청이 혁신학교 중간평가 기관인 한국교원대학교에 의뢰해 혁신학교 2년차인 11개교를 대상으로 2856명(교사 163명, 학생 1718명, 학부모 975명)에게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12월4일 발표), 교사의 평균만족도 점수는 90점이었다. 학생과 학부모는 각각 84점, 85점이었다.


 서울형 혁신학교 경우도 지난해 기준으로 교원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40점으로 전체 학교 4.19점보다 높았다. 학생과 학부모 역시 각각 4.17점과 4.27점으로 전체 학교의 만족도보다 높았다. 혁신학교를 탐탁지 않게 보는 교육부가 지난 2013년 내놓은 조사 결과에서도 '혁신학교에 만족한다'는 비율이 75.5%였다.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혁신학교가 양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른바 '무늬만 혁신학교'인 곳이 나타났다. 혁신학교가 415곳으로 가장 많은 경기 지역에서 이 같은 문제제기가 나온다. 혁신학교의 인기에 기대어 승진 이력에 악용하거나, 사실상 예산 지원의 혜택을 누리는 기존 연구학교처럼 운영하는 경우다. 경기 한 초등 혁신학교에서 일했던 교사는 "혁신철학 없이 혁신학교 예산 등에만 관심을 갖고 학교를 운영한 교장 탓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이재정 교육감 이후 '모든 학교의 학교혁신'을 위해 전체 학교의 96.9%를 혁신공감학교로 운영하고 있지만 혁신학교의 형식적인 틀을 이식하는 데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 혁신공감학교 교사는 "교육청 주요 사업으로 수업공개와 혁신을 주문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교사들의 자발성 추동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를 전시성 연구학교식으로 운영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희숙 서울교육청 학교혁신지원센터 연구교사는 "교사의 자발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여전히 교장이 주도해 혁신학교의 본질을 도외시하는 학교가 적지 않다"면서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의 혁신을 견인해 낼 '파일럿 스쿨'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가지려면 보다 정교한 정책을 바탕으로 질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감에 따라 혁신학교 정책이 중단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이 그 경험을 했다. 보수성향의 문용린 교육감이 2013년부터 1년여 동안 재임기간에 혁신학교를 지정한 수는 6개에 그쳤다. 재지정도 없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이 61개, 조희연 교육감이 60여개를 늘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인환 서울형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 공동대표는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해 학교혁신의 대세가 됐다. 이미 경험한 학부모들은 이 정책이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7개 혁신학교의 학부모 16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5%가 '혁신학교 재지정을 원한다'고 답했다.
 
 입시 위주 교육제도 큰 장벽


 혁신학교와 학교혁신을 근본적으로 가로막는 입시 위주 교육제도와 보수정권의 교육정책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고등학교 혁신학교가 초·중학교 혁신학교보다 현저히 적다는 것은 대입에 얽매인 고교 현실을 그대로 투영한다. 초·중학교가 917개인 반면 고교는 101개로 9분의1에 그친다.


 김성천 경기교육청 정책기획관 장학사는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성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대입에서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입 제도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운동과 교단 갈등을 부추기는 교원평가제도 저지 운동, 입시제도 개편 운동 등이 넓게는 혁신학교 운동과 맞닿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옥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학교 안의 수업혁신, 학교 민주주의 내실화 등 혁신학교 운동은 반개혁적인 교육제도와 정책의 변화가 함께할 때,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운동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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