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학교를 찾아서 9| '놀이' 중심 곡성유치원

놀이와 함께 처음 만나는 '혁신'

최대현 기자 | 기사입력 2016/11/15 [16:00]

| 혁신학교를 찾아서 9| '놀이' 중심 곡성유치원

놀이와 함께 처음 만나는 '혁신'

최대현 기자 | 입력 : 2016/11/15 [16:00]


 혁신유치원을 아시나요? 전국 수백 곳의 초·중·고에서 펼쳐지는 '혁신학교'가 유치원에서도 진행된다. 혁신유치원으로 지정된 유치원은 모두 16곳. 경기가 10곳으로 가장 많고, 전남과 전북, 인천, 세종, 부산, 경남에서 각 1곳이 있다.

 


 '만3세부터 혁신교육' 부럽다


 만3세부터 혁신교육을 접할 수 있다니. 약간의 부러움과 혁신유치원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난 10일 전남 곡성유치원을 찾았다. 곡성유치원은 지난해 3월부터 전남형 혁신학교인 무지개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10분, 만4세인 풀꽃반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발표를 했다. 오전에 <빨간끈>이라는 그림책을 함께 읽고서 3개 모둠 아이들이 만든 이야기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림책에 나오는 빨간끈으로 저마다 떠올린 무엇을 이야기로 만들었다. 연오는 고양이 목걸이를 만들었고, 지영이는 예쁜 꽃들이 심어진 흙을 표현했다. 주원이는 끈을 여러 개 뭉쳐 빨간색 옷을 만들었다. "엄마에게 주려고 만들었어요"라고 주원이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담임인 오정선 교사는 "그림책을 보고 나서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끈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이번 시간 목표로 했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볼 수 있었다"며 웃었다.


 곡성유치원은 '놀이'를 중심에 두고 교육과정을 짰다. 매월 생활주제를 정하고 연령에 맞는 그림책으로 아이들이 놀게 했다. 11월의 주제는 생활도구였다.


 또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 특성에 맞는 놀이꺼리도 만들었다. 지난달 27~28일 진행한 '가을' 놀이에서 아이들은 열매와 단풍잎으로 책을 만들었고, 가을 나무를 꾸몄다. 놀면서 자연스럽게 사계절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비교적 산과 숲이 많은 지역적 환경을 활용해 숲체험 활동도 한다.
 



 '인지' 중심 아닌 '놀이' 교육과정


 곡성유치원 교사들은 '놀이' 교육과정을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서 직접 짠다. 논의를 거듭한 끝에, "인지 중심이 아닌 놀이 중심으로 가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스스로 놀이를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협력이 일어나며, 서로 배려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부터 매주 한 번 모인 '교사연구동아리'가 있어 가능했다. 여기에는 원장과 원감도 단지 교사 1명의 자격으로 참여한다. 올해는 놀이에 더 집중하기로 하고 여유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동화·동시 발표회 등의 행사를 뺐다. 매월 1차례의 교직원회의에서 이를 더욱 가다듬었다.


 허정원 교사(만5세 들꽃반 담임)는 "대체로 수직적인 관계가 강한 단설유치원이지만 신뢰 속에서 얘기를 하려고 했다. 다른 생각, 의견들을 많이 나눴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민주적으로 유치원을 운영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혁신학교가 되면서 보여주기식 연수가 아닌 수업과 유아교육에 정말 필요한 연수를 접할 기회가 늘어났다"고 곡성유치원을 설명했다.


 또 수업을 보는 관점을 '배움 중심'으로 새롭게 하고, 서로의 수업에 대해 들어다보기 시작했다. 6개 반 담임 교사들은 적어도 3차례 가량 수업을 공개하고 있다. 수업 공개는 협의회를 통해 교사들이 함께 수업안을 만들고, 수업 뒤 다시 서로의 수업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곡성유치원에 온 최정희 교사(만3세 새순반 담임)는 "이 수업을 왜 해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무엇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아이들을 대하는 소프트웨어에 변화가 생긴다. 참, 고급지다"고 했다.
 
 열악한 유치원 교육환경은 숙제


 풀어야 할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유치원 교육환경이다. 혁신유치원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정규직 교사가 6명으로 담임 업무와 함께 여러 가지 행정 업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중등 혁신학교가 비담임 교사 중심으로 교무행정팀을 꾸려 담임교사들이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드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학급당 원아수가 많은 것도 문제다. 만4세의 경우, 한 개 반에 원아 수가 20명에 달한다. 교사들은 "17명만 되도 좋겠다"고 말했다. 오정선 교무부장은 "혁신학교가 돼 2명의 교무행정사를 배정받아야 하지만 1명만 배치됐다. 그래서 무지개학교 예산에서 학습지원 도우미를 써야 했다. 유치원은 행정에서부터 후순위"라고 씁쓸해 했다.


 김진 원장은 지금의 교사들과 함께 4년 임기를 마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였다. 김 원장은 혁신유치원인 곡성유치원에 공모교장으로 지원해 올해 초부터 일하고 있다.


 김 원장은 "혁신학교의 철학이 좋아서 왔다. 원장으로서 길을 제시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지만, 선생님들을 100퍼센트 믿고 지원해 주니, 잘 가고 있다고 본다. 교사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믿는다. 정말 그렇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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