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상사]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배성인·한신대 | 기사입력 2015/09/0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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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상사]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배성인·한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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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9/0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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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가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걸 추진 중이다. 한자교육 부족으로 초등학생들이 우리말 이해 능력이 부족하다는 논리다. 한글과 한자를 같이 쓰면 단어의 뜻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어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인성에도 좋고 창의성도 높아진단다. 대신 사교육 과열을 막기 위해 초등학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적정 한자를 사용하고 시험에서는 빼도록 하겠단다.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한자를 몰라서 독해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한자를 익히는데 힘이 들어 학습효과가 떨어질 것이다. 시험에서 빼겠다고 했지만 벌써부터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알고 보니 두 개의 문자를 섞어 쓰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게다가 교육부는 왜 한자교육을 강화해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을 못하고 있다. 혹시 중국이나 주자학을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사대주의 근성 때문인지, 아니면 한자교육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에게 뇌물을 받았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괜히 그런 건 아닐 테니까.

 일찍이 세종이 한글을 만들 때 "나랏 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세"라고 하면서 우리나라 말이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한 것을 통탄스럽게 생각했다. 글자 없이 생활하는 민중들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음을 마음 아프게 여겼던 것이다.

 글은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 있어야 한다. 한글이 우수하고 과학적이라는 것은 쓰기 쉽고 표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자는 우리의 풍부한 일상을 제대로 전해주기에는 부족하다. 

 우리말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면 한글 뜻풀이를 하면 된다. 한자를 몰라도 생활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필요하면 중·고등학교에서 제대로 하면 된다. 현재 정규교과로 편성된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한문교과에서 한자를 각각 900자씩 제대로 배우도록 정상화하면 된다. 초등학교 3학년에게까지 한자교육은 너무 가혹하다.

 그런데 교육부는 당사자인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나?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라고 하면서 이들의 의견을 걍 무시한다. 이들이 3-40년 후에 이 사회를 올바로 이끌어나가려면 지금부터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아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외국에 비해 낮으며, 학습에 대한 부담감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폭력이다. 초등학생의 입장이 얼마나 고려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미국의 대표적 언어학자 촘스키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말한다. 언어교육의 핵심은 아이가 자라는 교육환경이 곧 언어환경임을 깨닫는 것이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단어를 좋아한다. 의성어, 의태어, 숫자 등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찰랑찰랑, 쓱싹쓱싹, 퐁당퐁당, 삐뽀삐뽀, 쌩쌩 등.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러한 언어들은 어린이 시기를 지나면 사라진다. 청소년부터는 유치하다고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사람도 사회도 같이 삭막해진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러한 말과 글을 사용하자. 고운 말 아름다운 말은 아름다운 생활과 사고를 갖게 한다. 그러면 이 사회도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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