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혁명을 말한다 ⑧ '오래된 미래', 세계 각국의 '진보' 교육

이형빈·광주여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2015/06/14 [21:37]

교육혁명을 말한다 ⑧ '오래된 미래', 세계 각국의 '진보' 교육

이형빈·광주여자대학교 교수 | 입력 : 2015/06/14 [21:37]
 세계 각국의 교육의 역사는 전반적으로 보수교육의 헤게모니가 유지되어 왔지만, 새로운 진보교육의 흐름도 끊임없이 형성되어 왔다. 

 이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원조 격인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일찍이 20세기 초에 존 듀이의 진보주의 교육철학에 영향을 받은 실험학교가 널리 퍼졌으며, 신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현재에도 이러한 전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뉴욕의 할렘가에서 성공적인 학교혁신의 모델을 보여 준 센트럴파크이스트 학교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와 유사한 양상은 영국의 '신교육운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전통적인 유럽국가도 마찬가지이다. 보편적 공교육의 역사를 오래 지니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전통적인 엘리트 교육을 지양하고 '에듀카시옹 누벨'이라 불리는 신교육 운동이 전개되었으며 그 정점에 우리에게 익숙한 '프레네 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전원기숙사학교운동' 등 다양한 교육개혁운동이 전개되었으며, 나치 치하에는 획일적인 국가주의 교육이 전개되었으나, 전후에는 과거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통해 다시금 진보교육의 전통을 되찾아 갔다. 이러한 점에서 진보교육 운동은 근대 공교육의 역사에 내재된 '오래된 미래'라 할 수 있다.

 '교육혁명'이라 불릴 만한 진보교육의 흐름은 북유럽과 제3세계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핀란드와 스웨덴의 진보교육의 흐름은 '협력이 인간 발달의 전제 조건'이라는 비고츠키의 발달이론과 이를 보다 사회학적으로 확장시킨 엥게스트롬의 활동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진보교육이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된 것은 노동조합의 강력한 힘과 사민주의 정당의 장기 집권을 통해 가능했다. 이외에도 그룬트비의 민중교육 사상에 바탕을 둔 자유학교, 시민대학 등을 통해 '위대한 평민'을 기르고자 하는 덴마크의 교육도 주목할 만하다.

 제3세계의 교육혁명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 부를 만하다.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레의 사례가 대표적인데, 브라질 노동자당의 집권 이후 포르투알레그레에서는 '주민참여예산제', '주민교육의회' 등 시민들의 역동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시민학교'를 운영하였다.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 쿠바의 경우 열악한 국가 재정에도 불구하고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완벽한 무상교육 체제를 갖추었으며, 모든 중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를 15명으로 줄이는 획기적인 정책을 통해 한 명도 낙오하지 않는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러한 교육혁명은 가능한가? 사토 마나부가 말했듯 한국은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와 함께 국가주의와 경쟁교육이 극심한 동아시아 교육모델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한국은 전교조 등 시민사회의 역량이 상대적으로 성숙해 있는 편이다. 세계적인 비판교육학자 마이클 애플은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저서에서 브라질의 사례와 함께 한국의 교육운동이 지니고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진보교육은 공교육의 역사 속에 늘 존재해 온 '오래된 미래'이다. 그리고 새로운 교육혁명은 '변방'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연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