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공무원연금 양보를 통한 국민연금 강화' 무엇이 문제인가?

최영준·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 집행위원 | 기사입력 2015/06/0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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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공무원연금 양보를 통한 국민연금 강화' 무엇이 문제인가?
최영준·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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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6/0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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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28일 박근혜 정부와 여야는 기어이 역대 최악의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언론과 일부 진보적 학자들은 공무원연금 양보를 통해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얻어냈다며 의미 있는 '사회적 합의'라고 한다. 
 
 이들은 공무원연금이 일부 삭감되더라도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등 공적연금 강화를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돼 전체 노동자들에게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것은 노동자 전체에 중요한 일이다. 용돈 수준에 불과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최소한 OECD 권고대로 60~70퍼센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한국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명목상으로 40퍼센트지만 실질적으로는 취업 기간이 짧아 20퍼센트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사각지대도 넓어 전체 노동자의 절반만 국민연금을 받는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을 삭감한 돈이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부자 감세로 줄어든 세수를 메꾸는 데 사용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연금을 빼앗아 기업주와 부자들에게 퍼주는 꼴이다. 

   그리고,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는 고작 다섯 달 동안만 운영하도록 했고 논의 결과를 강제할 규정도 없다. 지난 한 달 동안 여야가 공방을 했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 인상’ 문구도 국회 통과 과정에서 지워졌다. 결국 여야의 국민연금 강화 운운은 공무원연금을 개악하기 위한 사기극에 불과했다. 

 문제는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의 주요 단체들과 노동운동 일각에서도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의 양보를 통한 국민연금 강화'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주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진보진영 내에서 고소득, 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이나 세금, 복지를 일부 양보해 청년 일자리, 비정규직 처우 개선, 복지 확대 등에 사용하자는 사회연대전략과 연결된다.

 그러나 고소득,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전략은 비현실적이다. 우선 국가기구들이 나서서 이를 시행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박근혜는 공무원연금 삭감분 중 20퍼센트를 국민연금 상향 개선에 사용하기로 한,  5월 2일 여야 합의에 강경하게 반대했다. 오히려 박근혜와 역대 정권은 "재정 절감"을 내세우며 복지를 축소하거나 그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겨 왔다.

 공무원연금 양보를 통한 국민연금 강화 논리는 연금 투쟁 전선에 혼란만 조성한다. 연금행동은 자신의 기본과제였던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는 외면한 채 국민연금 강화만 요구해 사실상 공무원연금 대폭 개악과 국민연금 '개선'을 맞바꾸는 여야 합의안 이행을 촉구했다. 이것은 개악안 국회 통과를 저지하려는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의 투쟁에 훼방을 놓는 것과 같다. 민주노총도 5월 2일 여야 합의안이 발표되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 상향 즉각 이행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사실상 개악안 통과를 주문하기도 했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의 거센 항의에 성명서는 웹사이트에서 삭제됐지만 국회 통과를 앞둔 시점에 투쟁 전선에 혼란만 줬다.

 무엇보다 '공무원연금 양보를 통한 국민연금 강화' 주장은 노동계급 내 단결을 가로막고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 한쪽의 양보를 통한 소득재분배는 노동계급 내 단결과 투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양보해야 하는 노동자와 시혜의 대상이 된 노동자들 사이의 분열만이 있을 뿐이다. 사회연대전략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다. 오히려 국민연금 강화는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강력한 투쟁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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