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6월4일 교육감 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가 검찰이 ‘허위사실공표죄’ 혐의로 기소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공소권 남용이자 표적 기소”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20일부터 23일까지 국민참여재판을 받는다.
조 서울교육감은 국민참여재판 첫 날인 20일 오전 재판을 앞두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후보자 상호간의 검증을 통해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바른 선택을 하시도록 돕는 것은 민주적 선거제도의 핵심”이라며 “이 자유가 위축되면 선거와 언론의 자유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 “후보 검증 위한 의혹 해명 요구 차원”
▲ 조희연 서울교육감 기소를 규탄하는 65개 교육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12월1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조희연 교육감 기소를 규탄하고 있다. ©이창열 | |
조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상대 후보 가운데 한 명인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이 있다는 의혹이 인터넷 등에서 나오자, 지난 해 5월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 후보에게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촉구했다”. 이어 26일과 27일에는 각각 서한문과 라디오 인터뷰로도 의혹에 대한 해명을 고 후보에게 요구했다.
이에 고 후보는 “자신의 저서에서 영주권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조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죄’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고발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해 6월3일 고 후보와 조 후보에 대해 ‘경고’ 처분으로 마무리했다.
조 교육감이 당선된 지 4개월 뒤인 지난 해 10월, 이번에는 극우 성향의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이 고 후보가 제기한 혐의로 조 교육감을 고발했다. 그러나 조사를 벌인 경찰은 “11월14일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다”라며 무혐의(불기소)로 검찰에 사안을 보냈다.
그런데도 검찰은 지난 해 12월3일 ‘허위사실 공표죄’(공직선거법 250조2항) 혐의로 조 교육감을 법정에 세웠다.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를 하루 남겨둔 날이었다. 당시 “진보교육감 죽이기 일환”이라는 비판을 받은 이유다.
조 교육감은 “이 정도의 검증 요구에 대해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걸어 기소하는 것은 무언가 석연하지 않다”며 “당시 고 후보는 저를 두고 ‘아들 병역 기피설’, ‘통진당 연루설’ 등 전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저만을 과녁으로 삼아 기소함으로써 ‘공소권 남용’이자 ‘표적 기소’가 아니냐는 비판을 스스로 불렀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조 교육감은 “극우 성향 단체의 고발을 빌미로 무리하게 기소한 검찰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이런 편파적인 기소로 자신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켰다”며 “공정성을 결여한 무리한 기소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대화와 비판의 자유를 신장하기보다는, 비이성적인 딱지붙이기와 독단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소시효 하루 앞두고 재판정에 세운 검찰... “편파 기소로 권위 스스로 실추” 재판부와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에게는 “정의롭고 현명하신 판단을 따르겠다”고 했다. 조 교육감은 “이번 소송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성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절망 중에서도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사법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이번 재판에서 역으로 우리 모두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서울 교사와 교직원, 학부모, 학생들에게는 “심려를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며 “서울교육의 수장으로서, 겸허하게 공판에 임해 최선을 다한 뒤 다시 제게 맡겨진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 서울교육은 흔들리지 않고 계속 성숙해 갈 것”이라고 조 교육감은 전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조 교육감의 의혹 제기를 허위사실 공표로 볼 것인가 여부다. 조 교육감측은 “고 후보의 자격에 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유권자들의 요구가 많았다. 선거에서의 정상적인 활동으로서의 후보 검증”이라며 “고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를 단정적으로 주장한 것이 아니라, 의혹이 있으니 해명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 교육감측이 요구한 국민참여재판을 수용해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국민 배심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공판을 진행한다. 선고는 오는 23일 내린다.